같은 달 패션업체 F&F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MLB의 광고에도 성차별 논란이 불붙었다. "런드리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맨얼굴)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는 문구는 여성이 화장하지 않은 채 외출할 때 모자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뜻으로 읽혀 성난 여성들의 몰매를 맞았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MLB 불매하자"는 댓글이 우르르 달렸고 F&F는 광고를 모두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유통·패션·뷰티업계가 젠더(성별) 이슈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브랜드 측은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다"고 밝혔지만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큰 소비세대로 부상한 Z세대(90년대~2000년대 초반생)에겐 젠더 이슈가 심리적 도화선을 건드리는 '뜨거운 감자'여서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만 19~34세 여성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꼈으며 남성 절반 가량은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남녀 모두가 성차별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난 Z세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브랜드와 상품을 가까이했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구매한 제품을 자신의 이미지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런 Z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가 바로 성차별이며 문제가 드러난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불매에 나선다. 특히 이들은 모바일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체화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라인에서 즉각적인 불매운동, 정치적 행동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일부 브랜드의 젠더갈등 홍역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유난떤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무신사의 손 모양이나 MLB의 모자 광고는 예전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Z세대가 소비의 견인차가 된 지금, 이런 일들은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일이 됐다. '젠더리스'와 '젠더 감수성'이 필수인 시대가 왔고 광고는 물론, 패션화보에서부터 디테일까지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무신사나 F&F는 Z세대 고객층이 두터웠기에 매를 먼저 맞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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