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서 'ESG'로 전략중심 변화, 인프라 확충 필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1.06.22 05:03

[한국의 ESG를 만드는 사람들] < 2 > 김진영 KB금융 ESG 총괄상무

김진영 KB금융 ESG총괄 상무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브랜드 개념이 세상을 지배한 게 15년 정도다. 지금은 그 유행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넘어왔다. 브랜드 경영과 달리 ESG 경영은 훨씬 오래 갈 것이다. ESG는 측정가능한, 관리가능한 경영 화두이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와 만난 김진영 KB금융 ESG 총괄상무는 올해 들어서야 ESG 업무를 처음 맡았다. 그 전까지 김 상무의 전공은 브랜드 경영 부문이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데이비드 아커 교수의 '브랜드 경영'이 나온 이후 경영 이론에 브랜드 개념이 도입됐고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해 이를 높이는 전략을 짜는 등 브랜드 열풍이 불었다"며 "이제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확 줄었다"고 했다.

브랜드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게 바로 ESG다. 김 상무는 "브랜드는 가치를 계속 높여야 한다는 명제만 있을 뿐 구심점이 없는 데다 주관적, 정성적 평가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었고 재무제표에 브랜드 가치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일반화되지 못했다"며 "브랜드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ESG는 비재무적 요소라고 하지만 ESG는 탄소배출량, 사내 여성 임직원 비율 등 ESG 이슈의 세부 항목들이 대부분 수치로 확인할 수 있고 이같은 개개 항목들이 기업가치 제고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CEO(최고 경영자)들이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상품의 이미지를 의미하는 브랜드가 자체 상품화가 불가능한 데 비해 ESG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 뿐 아니라 관련 채권 발행도 가능하고 1.5℃ 적금·예금과 같은 금융상품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직은 ESG 요소를 경영에 전격 반영하기엔 한계가 적잖다. 이를테면 E 영역에서 금융사 자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투자대상 기업들은 전 산업군에 분포돼 있다.

금융사의 ESG 리스크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ESG 리스크에서 비롯되기에 이를 직간접적 압박을 통해 줄여야 한다는 점이 과제다. 이상(理想)과 달리 이같은 비전을 이행하기 위한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김 상무는 "KB금융 계열사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실제 얼마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해당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투자대상 기업의 ESG 정보를 실제 투자결정에 반영해야 지속가능 금융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위한 정보 자체가 불충분하고 해당 정보의 신뢰성도 현 시점에서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공신력 있는 평가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불충분한 ESG 정보에 의존해 여신 심사와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ESG 평가기관마다 제각각 다른 기준으로 평가결과를 내놓는 점도 기업들이 ESG 요소를 경영전략에 반영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겠지만 이같은 정보 신뢰성 제고, ESG 평가기준 난립과 같은 문제는 표준화 논의를 거쳐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상무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종전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ESG가 각광을 받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진정된 이후에도 ESG 이슈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의 주축으로 부상한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의미)가 단순한 소비자에서 '그린슈머'(친환경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고 공정성과 인권, 젠더(Gender), 동물복지 등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며 실제 소비도 이같은 관점에 근거해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활발히 기업을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깨어 있는 소비자·시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 번 ESG 경영에 나선 기업들이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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