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대폭 뛰었는데, 거꾸로 간 국채 금리…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1.06.11 12:01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13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요국 국채도 이번주 랠리(금리 하락)를 이어갔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란 견해가 시장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진=AFP


장기 국채는 원래 인플레에 약한데…


10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6bp(1bp=0.01%포인트) 하락한 1.43%으로 내려갔다(채권 가격 상승).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1.62%보다는 19bp 하락하며 지난 3월 초 이후 저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같은 만기 독일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 0.24%에서 -0.26%으로 추가 하락했다. 6주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 물가가 13년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장기채권 가격이 오히려 올라간 것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5% 오르며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8월의 5.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비 3.8% 뛰며 1992년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드러냈다.

물가와 국채 금리의 엇박자는, 올해 초 글로벌 증시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타격을 받았던 흐름과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글로벌 증시는 올해 초 0.9%대였던 미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 1.7%대로 급등하는 과정에서 덜컹였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성장주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당시 금리를 끌어 올린 주원인 중 하나가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세와 공급망 병목이 수년간 보기 힘들었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최근 채권시장은 연초처럼 '금리발작'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두고 시장이 최근의 물가상승세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인식처럼 팬데믹이란 특수한 상황으로 만들어진 인플레이션 압력이 곧 완화될 거란 전망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실제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여주는 10년물 브레이크이븐레이트(일반 국채와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간 수익률 차)는 지난달 8년 고점인 2.55%까지 확대됐다가 이번주 2.3%로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주 전세계 채권 랠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진정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파드라이크 가비 ING 미국 리서치 대표는 FT에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가이 레바스 재니캐피탈매니지먼트 채권 투자전략 대표도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는 내러티브의 최고점을 지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우리는 향후 몇 달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거라는 데 더 많이 베팅하고 있다"고 했다.




'금리발작' 사라진 시장…경계감은 남아


일각에선 유럽중앙은행(ECB)을 눈여겨 본다. ECB가 최근 공개적으로 통화부양책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게 글로벌 국채 랠리를 뒷받침했다는 시각이다. ECB는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총 1조8500억유로 규모의 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 순매입규모를 적어도 내년 3월까지 유지할 것이며,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긴급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유로존 물가가 하반기 크게 오른 뒤 다시 상승폭을 줄일 거란 전망을 내놨다. ECB가 팬데믹발(發) 긴급 통화부양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메시지다.

피터 채트웰 미즈호 멀티자산 투자전략 대표는 "한달 전에 비해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중앙은행이 적어도 한 곳 있다"며 "(ECB가) 미 국채를 포함해 다른 시장을 위한 닻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ECB가 자산매입을 유지할 거란 확고한 기조를 밝혀 글로벌 국채 시장의 랠리를 지탱하는 배경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재고조되는 상황에 대한 경계감은 아직 남아 있다. 소날 드세이 프렝클린템플턴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많은 이들이 이날 나온 것 같은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꺼이 무시해왔다"며 "물가상승의 많은 부분이 지난해 침체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의 기저효과로 설명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 그는 "앞으로 몇 달간 물가가 급등세를 이어간다면 연준이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기저효과 외에 더 많은 것이 있고, 예상보다 좀 더 길게 (물가상승이) 머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고 시장은 생각할까?'라는 질문이 남는다"며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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