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고맙다", 김어준·진중권의 다른 독해…정용진의 속뜻은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1.06.10 06:00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이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분향소 참배 후 쓴 방명록. 이 과정에서 날짜를 3월10일이 아닌 4월10일로 써 유가족이 고쳐주기도 했다. 2017.3.10/뉴스1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2017년 3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전남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남긴 방명록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먹은 우럭·랍스터 등 음식 사진들에 연달아 "미안하다. 고맙다"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글에 반문(反文) 성향 누리꾼들은 환호하고 있다. 반면 친문(親文) 성향의 사람들은 비난한다. 정 부회장의 글이 문 대통령의 방명록을 비꼰 것이라는 점에는 친문·반문 모두 동의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방명록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고맙다"이다.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 문제라는 게 반문 누리꾼들의 지적이다. 반면 친문 누리꾼들은 세월호 참사가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맥락을 고려할 때 "고맙다"는 말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양측의 입장은 방송인 김어준씨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세하게 설파했던 바 있다. 김씨는 친문, 진 전 교수는 반문 진영의 '빅 마우스'로 활약하고 있다.


김어준 "조롱은 일베, 정용진도 일베"


방송인 김어준씨. 2018.7.24/뉴스1
김씨는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문 대통령의 팽목항 방명록에 대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촛불의 정신이 돼 줘 고맙다고 읽는 게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을 겨냥해 "음식에 이 표현을 쓰면서 조롱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일베는 문 대통령의 '고맙다'를 시비걸었다. 그들에게 세월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르게 만든 단순 해상 교통사고였을 뿐"이라며 "그래서 그들은 단식 유가족들의 면전에서 피자와 맥주를 먹는 폭식투쟁과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 부회장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바로 그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오너니까 말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삼성 패밀리가 아니었으면 끝장 났을 것이다. 정 부회장이 만약 재벌 오너가 아니라 신세계 음식부문장 정도였으면 해고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의 '고맙다'를 '정권 잡게 해줘 고맙다'는 것으로 밖에 읽지를 못한다. 억울하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패러디를 하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공감능력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뜨악했다…해석이 안 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금태섭블로그 제공)2021.1.18/뉴스1
반면 진 전 교수는 지난해 8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에게 크게 세 번 뜨악했던 적이 있다"며 '조국 사태', '문자폭탄 양념 발언'과 함께 '팽목항 방명록'을 꼽았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의 뜻은 알아듣겠는데, 도대체 '고맙다'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직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을 계기로 팽목항 방명록을 다시 한 번 소환했다. 당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 정부에 사과 의사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전화위복"이라고 하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계몽군주"라고 반색한 점을 비판하면서다.

진 전 교수는 "'미안하다. 고맙다'고 대통령이 세월호 방명록에 적어 넣을 당시의 그 정서, 거기서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그들의 머릿속의 가치체계 속에서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관계가 더 상위에 있다는 얘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의 생명' 보다 '대의'를 중요시하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팽목항 방명록을 통해 드러났고, 그런 성향이 친문 진영에 팽배한 상황이라고 분석한 대목이다. 진 전 교수는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 박근혜 정권의 문제였다면, 그것을 비판했던 사람들이 사살된 분(피격 공무원)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정 부회장은 논란이 된 "미안하다. 고맙다" 글을 더이상 쓰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8일 인스타그램에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올린다.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젠 제일 짧은 손가락으로 올릴 것"이라며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라고 한다"고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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