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개발 '앱스틸라' 상륙…혈우병약 시장 새 구도 짤까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 2021.06.08 16:07

이달 첫 국내 판매 시작…녹십자 A형 치료제 유통점유율 80%

GC녹십자와 한국화이자제약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호주 CSL베링의 혈우병 치료제가 이달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혈우병 환자들의 투약 선택권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이달 초부터 국내 주요 병원을 대상으로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그알파) 판매를 시작했다.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에서 분사된 기업이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 시절 국내에서 신약후보물질(NBP601)로 개발됐다. 비임상 단계를 앞두고 지난 2009년 호주 CSL베링으로 기술수출됐다. 2016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출시됐으며 지난 1일부터 국내에서 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앱스틸라는 단일 사슬형 기술로 설계된 A형 혈우병 치료제로, 분리된 두 개의 단백질을 붙이는 방식인 기존 치료제와는 달리 결합력을 높여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시간을 연장시킨다.

기존 치료제가 매주 3회 정도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과 달리 앱스틸라는 응고인자 최저치가 1% 이상 유지하는 기간이 4일 이상에 달해 투약기간이 주 2회로 개선됐다.

이번 보험급여 적용으로 앱스틸라는 외래환자 기준 1회 투여용량 20~25IU/kg, 중등도 이상 출혈일 경우 최대 30IU/kg까지 투여 받을 수 있다. 투여횟수는 첫 내원 시 4회분, 두번째 내원 시 3회분(중증 4회분)까지 매 4주 총 7회분(중증 8회분)까지 인정된다. 보험약가는 IU당 625원이다.

A형 혈우병은 X염색체 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부족해 발현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심한 경우 외상 없이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관절(혈관절증) 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위(중추신경계)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에 발간된 한국혈우재단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2500여명의 혈우병 환자가 등록돼 있으며, 이 중 1746명(약 70%)이 A형 혈우병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형 혈우병은 혈액응고 제8인자 치료제를 주기적으로 투여해 출혈빈도를 감소시켜 치명적인 출혈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며 국내 B형 혈우병 환자는 434명(17.3%)이다.

국내 혈우병치료제 시장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이중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1300억원, B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700억원 가까이를 차지한다.

국내에 환자수가 가장 많은 혈우병A 치료제 시장 규모는 1200억원 안팎이다. GC녹십자는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자사가 유통하는 애드베이트(샤이어)와 자사 개발 제품인 그린진에프(녹십자)를 합쳐 8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600억원대 시장규모를 형성하는 B형 혈우병 치료제는 화이자의 베네픽스가 90%대의 시장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앱스틸라 외에도 사노피 젠자임이 A형 혈우병 치료제 '엘록테이트'와 B형 혈우병 치료제 '알프로릭스'를 2019년에 국내에 출시했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를 보유한 샤이어, 화이자 등도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주 2~3회 정맥주사 형태로 주입하는 방식의 유전자재조합 제제에서 반감기를 늘린 4세대 치료제(롱액팅 제제)를 잇달아 출시하며 환자들의 편의성 개선에 나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이미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혈우병 신약들이 국내에 잇따라 출시되면서 국내 혈우병 환자들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 받아 좀 더 편리하고 주사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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