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A씨(31)는 지난 5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접종했다. 당시 접종을 앞두고 의료진에게 "6월10일 코로나19 백신(얀센) 접종이 예정돼 있는데 이거 맞아도 괜찮겠느냐"고 문의한 결과 "상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접종을 마친 뒤에야 질병관리청이 배포하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문진표를 보게 됐다. 문진표에는 △최근 14일 이내에 다른 백신을 접종한 이력이 있는지 △만일 그와 같은 사실이 있는 경우 접종 간격을 14일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놀란 A씨는 얀센 접종이 예약된 병원의 의료진에게 문의했고 "백신을 놔주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지난 4일 백신을 접종해준 의료진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A씨는 "간호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안내했다"는 병원장의 사과를 받았을 뿐이다.
A씨는 "자정에 시작되는 얀센 백신 예약을 기다려 어렵게 잡은 기회인데 허무하게 놓치게 됐다"며 "처음 접종을 받은 병원에서 의사의 문진도 없이 간호사가 잘못된 정보를 안내해준 것은 의료법 위반의 소지도 있는만큼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질병청이 근거로 삼았던 미국 CDC는 이 같은 권고사항을 지난달 초 개정하면서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백신의 접종 간격을 둘 필요가 없고,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코로나 백신에 의한 면역 형성과 다른 백신의 면역 형성이 겹쳐도 새로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CDC는 백신의 안전에 대해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한 상태가 됐기에 권고사항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질병청이 근거로 삼았던 미국 CDC의 지침이 변한 상황에서 질병청은 아직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질병청에 관련 문의를 넣었으나 언제 답신이 올지 알 수 없고, 얀센 백신 접종을 예약한 병원에서는 '질병청 지침과 관계 없이 의사 재량에 따라 얀센을 놔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백신 접종 예약일을 앞두고 피해를 보는 이들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에 대해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현재 이종 백신간 접종 간격을 최소 14일 유지하도록 돼있는 실시 기준은 미국 CDC의 지침을 검토해 관련 전문가들 논의를 거쳐서 별도로 의사결정을 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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