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비수기도 이겨낸 조국의시간 성공 비결… "타겟·주제 명확했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한민선 기자 | 2021.06.06 15:35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에서 (출판사가 있는) 파주까지 '조국의 시간'을 구하러 직접 찾아오시는 분도 있었어요."(출판사 한길사 관계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열풍이 거세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책은 여전히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가 힘든 상태다. 출판계에서는 보통 5·6월은 출판 비수기로 꼽히는 시기이지만 조국의시간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이유로 확실한 주제의식을 꼽고 있다. 여당 지지 성향의 소비자, 특히40~50대 남성들이 이 같은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만간 조 전 장관의 재판 등 관련 사안이 줄줄이 이어져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6일 출판사 한길사에 따르면 '조국의 시간'은 3일 기준으로 24쇄를 찍었다. 이 책은 2019년 8월9일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해 자신이 직접 정리한 책이다. 각종 의혹에 대한 반박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심경이 담겼다. △시련의 가시밭길 △나를 둘러싼 의혹들 △검찰과 언론의 표적 사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십자가 등으로 목차가 구성됐다.

책은 지난달 27일 시작한 온라인 예약판매로만 6만부가 팔렸다. 지난달 31일 정식 출간 이후 하루 만에 10만부가 판매된 데 이어 지난 3일 자정 기준 13만부를 돌파했다. 주요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4일 기준 '조국의 시간'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책의 정가는 1만7000원으로 출판사는 판매부수 13만부를 팔아 22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출판사 측이 인세 관련 계약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저자가 받는 인세가 정가의 1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조 전 장관의 인세 수익은 2억2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인이 큰 선거를 앞두고 책을 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안철수가 최근 여권 주자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박용진의 정치 혁명',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에세이 '수상록', 이낙연 전 대표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 등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김두관 의원은 9일 자서전 '꽃길은 없었다' 출간 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저서처럼 열풍을 일으키기는 못했다. 이때까지 큰 판매고를 올린 정치인의 저서 혹은 대담집은 2012년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 2011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발간된 '문재인의 운명' 정도다.

이번 판매 열풍에는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팬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매자들은 "촛불의 마음으로 구매했다", "조 전 장관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 등의 후기를 남기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조국의 시간' 열풍을 이끄는 건 40·50 남성들이다. 교보문고가 공개한 '조국의 시간' 판매 비중에 따르면 주 구매층은 40대(36.8%)와 50대(32%)로 4050이 70% 가까운 비율을 차지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62%)이 여성(38%)보다 높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세력과 겹친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 응답이 가장 높은 연령대(45%)가 40대 와 50대였다.

출판업계에서는 조국의시간 열풍이 특정 주제와 타겟팅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최근 출판계에서는 '언택트' 등 특정 키워드가 잘 뽑히면 출판사 규모 등과 상관없이 책이 잘 팔리는 일들이 꽤 일어난다"며 "조 전 장관의 책은 출판사가 영세하지만 조 전 장관이 검찰로부터 희생당했다는 이미지가 그를 도와줘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고 이것이 책 구매율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책은 저자의 니즈와 출간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주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심리를 마친 후 약 6개월간 멈춰있던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재판이 시작되며 본격 '여론전'을 펼쳐야 할 시기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이 먼저 심리돼 정 교수는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됐지만 이제는 '자녀 입시비리' 사건이 시작되며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11일 재판에 처음으로 함께 법정에 서야 한다.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자들이 변론할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분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자신을 조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입문, 민정수석 당시 '혜경궁김씨' 조사를 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 전 장관은 마음이 급해졌을 것"이라며 "자신의 억울한 점을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에 주장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의 시간 열풍은 좀더 지속돼 문 대통령 자서전의 판매고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 평론가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할 당시 이에 반대했던 청와대 게시판 청원자 수가 40만명 정도였다"며 "이와 비슷한 수치의 판매부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은 이례적인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독자들이 빨리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길사 관계자는 "처음 편집할 때는 이렇게까지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며 "출판사로 직접 전화해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독자들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는 9일쯤이면 유통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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