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최저 법인세 15%' 역사적 합의…빅테크 세금회피 막기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1.06.06 09:55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 대상될 듯…한국 포함 G20, 다음달 이탈리아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 전망

G7 재무장관/사진=로이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5일(현지시간)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에 합의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 소재지가 아닌 돈을 버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 국가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과 다국적 기업들의 이른바 조세회피를 막는 게 핵심이다. 최종 타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는 지금까지 유지된 글로벌 세제의 근간을 뒤바꾸는 중요한 결정이 된다.

G7 재무장관들은 이틀간 영국 런던에서 대면으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는 세금을 바르게 배분하는 데 있어 공정한 해법에 도달했다"고 합의 소식을 알렸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회의 후 트윗에서 "글로벌 최저 세금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끝내고 미국과 전 세계의 중산층과 노동자들에게 공정성을 보장할 것"이라며 합의를 환영했다. 또 이와 별도로 회의 후 취재진들에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다자주의의 부활이며 G7와 G20 국가이 기꺼이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을 다루기 위해 협력하려는 모습"이라 말했다.

G7 의장국인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장관도 비디오 성명에서 "G7 재무장관들은 오늘, 수년간의 논의 끝에 글로벌 세제를 세계적인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게 개혁하는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며 "가장 큰 다국적 테크 거대기업들이 영국에서 더 공평한 세금을 분담하게 하는 역사적인 글로벌 세제 개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으로 이뤄진 G7은 오는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이를 최종 합의하게 된다. 이제 관심은 한국이 포함된 G20 차원의 논의다. 당장 다음달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된다.

출처=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트위터
한국이 포함된 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139국간 협의체인 OECD·주요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Inclusive Framework·IF)를 통해 최저 법인세를 포함한 글로벌 과세 개편 논의를 수년간 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반대 및 국가 간 이견으로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부과를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제안하며 급물살을 탔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21%로 제안했던 최저세율 제안을 15%로 낮추며 G7 내 논의에 급격한 진전이 이뤄졌다. 15%는 G7 중 법인세율이 19%로 가장 낮은 영국의 세율보다 높다.

미국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제안 취지는 수십 년간 이어진 각국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막고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주로 미국의 IT 거대 기업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G7 재무장관 성명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의 정부들은 영업이익률의 10%를 초과하는 순이익의 최소 20%에 과세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며, 이는 "가장 크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에게" 적용된다. 과세 대상이 이 이상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앞서 거론돼온 것처럼 미국의 IT 거대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옐런 장관은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의미냐는 질문에 "거의 어떤 정의에 의해서라도 해당이 될 것"이라며 "그런 기업들 대부분은 이 새로운 계획에 포함될 것"이라고 답했다. 수낙 장관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최종 양적 기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술 대기업들이 새 규칙의 교차점에 서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사진=AFP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가 한 세기간 바뀌지 않은 국제 세제를 현대화한 것이며, 트럼프 시대 무역 전쟁으로 번질뻔 한 미국과 유럽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결정이라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유럽 국가들이 요구했던 미국 디지털 기업들이 돈을 버는 다른 국가에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부했고, 이는 미국과 유럽간 무역 분쟁으로 번졌다.

블룸버그는 "G7 합의는 거대 기업들이 수십억달러를 절감하게 해줬다는 비판을 들어 온 글로벌 시스템을 새로 쓰는 걸음"이라며 "주요 디지털 기업들이 본국 외 돈을 버는 국가에 납세하는 기반이 된다"고 했다. CNBC도 만약 이 합의가 최종 타결된다면 이는 글로벌 세제의 중대한 발전을 보여주게 된다고 전했다.

타결 시 적용대상이 될 다국적 기업들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페이스북의 닉 클레그 글로벌 어페어 부사장은 G7의 합의와 관련 "페이스북은 글로벌 세금 규제의 개혁을 오랫동안 요구해 왔으며 G7이 만든 중대한 진전을 환영한다"며 "오늘의 합의는 글로벌 세금 시스템에 있어 명확성과 공적 신뢰 증진을 향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 밝혔다.

아마존 대변인도 "OECD가 이끄는 과정은 국제 세금 시스템에 안정성을 가져올 것"이라며 " G7의 합의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향한 환영할 만한 걸음"이라 했다. 구글 대변인 호세 카스타네다도 CNBC에 "우리는 국가들이 균형 있고 내구성있는 합의가 곧 최종화되는 걸 담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 세부사항은 여전히 논의돼야 하며, G7 외에 더 많은 국가들이 합의를 해야 해 완전한 이행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법인세율이 각기 다른 유럽연합(EU) 안에서도 논쟁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법인세율이 최고 31%인 프랑스는 이번 합의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12.5%인 아일랜드는 영향을 받는다. 파스칼 도노후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지난 4월 더 작은 국가들은 더 큰 경쟁국들에 비해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더 낮은 세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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