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바라보는 시대 지났다...중소·벤처가 성장의 한쪽 날개"

머니투데이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정리  | 2021.06.07 05:55

[머투초대석①] 제2벤처붐·소상공인 지원 이끄는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일 머니투데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COVID-19) 시국에도 유일하게 급성장한 경제지표가 있다. 벤처투자 부문이다.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은 6조6000억원의 역대 최대였다. 올들어 1분기에도 벤처펀드 결성액은 1조4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3배로 불어났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최대 과제는 20년만에 돌아온 '제2 벤처붐'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 1일 세종시 규제자유특구기획단 사무실에서 만난 권 장관은 "이제 삼성 등 대기업만 바라볼 시대는 지났다"며 "과거엔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유일한 축이었다면 이젠 중소 벤처·스타트업이 또 다른 날개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챙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월 취임식도 생략하고 전통시장부터 찾아간 권 장관이다. 지금은 소상공인들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정보보증 재원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음은 권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제2 벤처붐을 이어갈 복안이 있다면
▶우선 자본이 있어야 한다. 모태펀드 출자예산은 당분간 규모를 유지하면서 중간에 엑시트(투자회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세금 부담 문제를 풀고, M&A 특화 펀드도 만들어야 한다. 모태펀드가 길을 터줘야 민간 자본이 리스크(위험)를 줄이면서 따라올 수 있다. 모태펀드는 기본적으로 가교 역할을 하겠지만 중간에 투자회수할 길을 열어 초기 투자를 활성화하는 부분도 봐야 한다.

-벤처·스타트업의 투자회수를 도울 방법이 뭔가
▶이미 조세특례제한법상 전략적 제휴에 따른 M&A시 주식을 교환하면 받은 주식을 팔 때까지 양도소득세를 과세이연하는 제도가 있다. 올해 일몰인데 현장에서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서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벤처스타트업은 인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현금이 부족하니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 관련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현재 3000만원까지 면세인데 한도를 좀 늘리고, 장기보유하면 양도세와 근로소득세 세제혜택을 더 주는 방식이면 아무래도 직원들이 좀 더 오래 근무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출자를 받을 때 경영권이 흔들리는 걸 두려워하는 벤처 창업자들이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제도를 요구하는데
▶복수의결권 논의가 끝이 없다. 전세계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나라 중 제도가 똑같은 나라가 하나도 없다. 다들 각국의 문화와 상황에 맞게 도입하고 있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제도를 만들어놓는 게 맞다. 정부 발의안에는 부작용을 막는 내용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 나중에 규제가 약해지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상어를 키울지 말지 고민하는 단계라면 모르겠지만, 이왕 키우기로 결정했으면 그 상어가 들어갈만한 수조를 갖다놔야 하지 않겠는가. 벤처기업인들이 경영권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가 복수의결권이다. 여러 제도를 도입해놓고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왔는데
▶규제자유특구는 지역의 혁신벤처와 스타트업이 차세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길을 열어준다. 2019년 7월 최초 지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까지 24개 특구를 지정했다. 2년간 투자유치 8532억원, 고용창출 1255명, 기업유치 170개사 등의 성과가 있었다. 강원 디지털헬스케어특구의 벤처기업 ㈜메쥬는 '패치형 심전계(HiCardi)'의 유럽 CE인증을 지난달 획득했다. 올 상반기 내에 미 FDA(식품의약국) 승인도 신청해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실증 기간이 만료되는 특구들은 2년 연장이 되나

▶노력하겠다. 특구 안에서 규제를 풀어봤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러면 법령을 바꾸고 관련 분야 규제를 해소해서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면 된다. 이게 규제자유특구를 만들 때의 취지다. 그런데 실증 만료기간이 다가오니 여러 압력집단들이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

-압력집단이라면 의료단체 등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이를테면 강원 특구 기업인 ㈜메쥬의 패치형 심전계는 CE인증 등으로 안정성이 확보됐다. 이 밖에도 당뇨나 혈압 관련 헬스케어 기업도 규제를 풀어도 문제가 없다. 2년 간 투자도 적지 않고 정부를 믿고 특구 내로 기업을 옮긴 곳들도 적지 않다. 여기서 실증기간을 늘려주지 않으면 2년간 이어온 기업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상당기간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주면서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실증이 종료되는 사업은 소관부처와 협력해 조속히 규제법령을 정비하고 임시허가 전환, 실증특례 연장 추진 등 특구의 안착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소상공인을 위한 초초저금리 대출을 추진 중인데, 사실상 무이자로 봐도 되나
▶은행들이 리스크(위험) 관리를 위해 정부의 보증을 요구한다. 최근 세수 상황이 좋은 만큼 예산을 그 쪽으로 쓰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보증재원이 확보되면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분들은 실제로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소액으로 이자를 거의 안 받는 수준으로 주면 큰 도움이 된다. 금액이 커져야 리스크도 커지는 것이지 소액은 (채무불이행) 사고가 잘 안 난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나 가수요 얘기도 나오지만, 소액은 실제 상환을 안 하는 데 따른 반사이익이 별로 없다. 상환 못할 경우 타격이 더 크니까 이런 분들은 도와주는 게 맞다.

-정치권에서 소상공인에 손실보상을 소급적용하자고 주장하는데
▶재난지원 방식의 소급지원은 찬성이다. 하지만 손실보상 방식의 소급지원은 반대다. 그동안 나간 버팀목자금이 재난지원 방식의 소급적용이다. 손실보상으로 하려면 비용 산정이 필수적인데, 지난해 피해액이 계산 가능해지는 시점이 올해 연말이다. 올해 피해 보상은 내년 여름이 넘어가야 가능하다. 소상공인 지원은 제때 편리하게 해줘야 한다. 손실보상 방식은 여기에 맞지 않다. 국회에서 손실보상 논의에만 머물러있다보니 다른 다양한 방식의 금융지원책 등에 대한 논의가 막힌 점이 아쉽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한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버팀목자금 등을 집행하는 소진공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대책이 있나.
▶소진공의 근무 여건이 굉장히 열악하다. 어려운 현장 민원이 많아 소진공 직원들의 고생이 많다. 우선 인력을 증원하기로 했고 이르면 8월 투입할 수 있다. 버팀목자금 등 업무 절차도 조금씩 간소화하는 중이다. 그런데 손실보상 방식의 지원을 하게 되면 인력 부족 문제가 더 심해진다. 행정력이 낭비되고 소송도 난무할 수 있다. 이 경우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기다리는 중소기업이 많을텐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90% 이상이 재입주를 원하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국내 중소기업의 대외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개성공단 정상화를 대비한 다양한 지원책을 찾아보겠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를 옛날에는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이끌었다면 이젠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확실히 양 날개 가운데 한 축이 됐다.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이 수출·신산업 등 경제 구석구석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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