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근무가 어려운 젊은 접종자들을 위한 1~2일의 백신휴가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비용 부담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직군에게는 사실상 시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백신휴가 지침도 강제력 없는 '권고' 수준이어서 고용주와 직원 간의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상사에 동료 눈치까지 보는 직장인들…대기업 아니면 백신휴가는 '그림의 떡'━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당일~다음 날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의사의 진단 없이도 최대 이틀까지 유급휴가 또는 병가를 쓸 수 있다. 정부는 접종 다음 날과 그 다음날을 휴가로 정했다. 접종 후 10~12시간 이내에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것과 이상반응이 대부분 48시간 내에 사라지는 것 등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이 조치는 보건교사, 경찰, 군인 등 사회필수인력을 대상으로 한다. 민간기업의 경우 유급 휴가를 부여하거나 병가를 활용하는 등 백신 휴가가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이다. 삼성전자, LG그룹, 현대 등 대기업은 일찌감치 접종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가를 도입했으나 인력난·재정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도입이 어렵다.
경기도의 한 식품공장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2)는 "다른 회사 지인들에게 백신을 맞은 뒤 하루 이틀은 쉰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지만 우리 공장은 아직까지 휴가 공지가 없다"며 "다음주가 접종 예정일인데 두통에 시달리며 위험한 공장일을 할 자신이 없어 지금이라도 접종을 미뤄야 하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도 사정이 비슷하다. 하루라도 근무를 쉬게 되면 매출이 없어지는데다 별도의 손실보상도 없어 사실상 무급휴가를 강제당하는 셈이다. 여의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4)는 "월세나 전기료, 1일 매출 등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 영업을 쉬면 최소 50만원 이상의 손실이 난다"며 "손님이 많아 백신을 안 맞을 수도 없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유급휴가가 지원되는 곳이 많지만 중소기업은 전국적으로 봐도 그런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며 "정부 권고안의 강제력이 없고 별도의 지원책도 없어 현재까지는 중소기업은 백신휴가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
"지원 없으면 중소기업은 '백신휴가' 엄두도 못 내…인력도 비용도 없다"━
화성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정모씨(40)는 "백신을 맞으면 쉬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한 사람이 쉴 때마다 하루 10만~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코로나19로 재정상황이 빠듯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무책임한 권고안만 내놓고 고용주와 직원 갈등을 방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본부장은 "정부가 휴가자 1인당 최저임금 1~2일치를 지급하는 방안 등 여러 형태의 지원방안을 놓고 고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직원들에게 백신휴가를 지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형평성 문제를 위해서라도 직간접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소규모 기업의 백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백신 휴가 부여에 필요한 비용 지원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