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P2P법 앞장선 '2019 금융위', 뜸들이는 '2021 금융위'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1.06.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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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빌딩에서 열린 'P2P 금융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9.9.23/뉴스1
#2019년.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손잡고 '세계 최초 P2P 금융법'을 만들어냈다. 2019년 10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온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규제에 부딪친 '새로운 분야'의 금융, P2P 신용대출을 제도권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법 제정을 통해 새 '산업군'이 생긴 의미도 있다.

개인과 개인 간 대출을 연계시켜주는 P2P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카드, 보험, 대부업체가 하는 기존 금융과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IT기술이 접목되면서 '틀'을 깼다. 금융계의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금융위가 앞장서 법까지 만든 이유기도 하다.

P2P는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남다른'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CB사(개인신용평가사)에서 낮은 신용점수를 받은 사람도 P2P 자체 평가로 구제가 가능하다. 제도권 금융사에서 빌리는 것보다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수익률 높은 투자수단이 생겼다.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혁신'이었다.

온투법은 통과 후 약 한 달만인 2019년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다. 이후 9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28일 시행됐다. P2P 업체들은 이보다 앞선 '공포 후 7개월' 뒤부터 공식업체로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포 후 1년6개월이 지난 현재 공식 P2P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2021년. 금융위원회는 P2P 업체들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 됐다. P2P 업체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기다리라'는 금융위의 전갈에 마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등록심사가 늦어지면서 사업 계획을 세우기도, 고객이나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애매하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P2P 업체 수는 지난해 8월 말 230개에서 지난 4월말 113곳으로 줄었다. 업계는 당국 심사를 넘고 살아남을 업체는 20여곳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일부 P2P 업체들은 법정최고금리(연 24%) 위반 등으로 물을 흐렸다. 앞서 금감원은 P2P 금융업체 6곳에 3∼6개월 영업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신청 업체들이 서류를 보완하고 대주주·신청인 요건을 사실조회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다. 업체들은 오는 9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1호 업체'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정례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룰지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P2P금융을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앞장섰던 금융당국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는 돌다리를 너무 여러 번, 오래 두드리고 있다. 제도권에 없던 산업에 힘을 싣기 위해 법까지 제정했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믿기 힘들다는 아이러니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지만, 지나친 '뜸들이기'에 상당수 업체들이 말라간다. P2P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늦어지는 일정 때문에 업계가 지쳐있는 상태"라며 "몇 년을 기다려왔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 있는 건 금융당국의 'OK 사인'을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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