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나와 막막했을 때 삼성 덕에 꿈을 찾게 됐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1.06.02 15:21
2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 여덟번째부터 조흥식 사랑의열매 회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성인희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그땐 정말 막막했어요. 이만큼 안정적인 생활은 상상도 못할 때였거든요."

스물한살 유민재씨(가명)는 3년 전 보호시설을 퇴소하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기만 하다.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현행법에 따라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유씨는 시설을 먼저 퇴소한 친형이 있었는데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했다.

당장 몸을 뉘일 곳조차 마땅찮았던 때 유씨의 손을 잡아준 곳은 '삼성 희망디딤돌 원주센터'였다. 유씨는 이곳에서 영어 어학시험·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학습비를 지원받고 취업 상담을 받으면서 원하는 세무사 사무소에 취업할 수 있었다.

유씨는 "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꿈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회계 1급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현재 세무사 사무소 일과 공부를 병행 중이다. 2년여 동안 자립할 돈도 제법 모았다. 유씨는 "센터에서 받은 도움 덕에 앞으로도 꿈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유씨처럼 만 18세가 돼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청소년은 매년 2500여명에 달한다. 2019년 기준으로 2587명의 청소년이 보호시설에서 나왔다. 유씨처럼 자리를 잡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9년 보호종료 청소년 중 43.2%가 월평균 150만원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36%가량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보호종료 청소년들은 민법상 성인 기준인 만 19세보다 어려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병원에 입원하기도 쉽지 않다. 2019년 청와대에 보호종료 청소년도 스스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홀로 경제·주거·진로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지만 지원과 보호체계가 부족하다보니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삼성전자가 보호종료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 당시 임직원들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생 의지를 존중해 특별격려금의 10%를 기부하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 회장은 신경영 2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의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다함께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당시 임직원 2만3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기부금으로 지원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프로그램이 꼽혔고 임직원 기부금 250억원을 토대로 2016년 부산과 대구, 2017년에 원주센터가 운영을 시작했다. 3곳의 센터에서 지난해까지 연인원 8494명의 청소년들이 자립을 체험하고 교육을 받았다.

'삼성 희망디딤돌센터'는 보호종료 청소년에게 최대 2년간 1인 1실의 주거공간을 제공해 독립 생활을 지원한다. 센터에서는 요리, 청소, 정리수납 등의 생활에 꼭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고 기본적인 금융지식과 자산관리, 임대차 계약 등의 기초 경제 교육도 제공한다. 취업정보·진로상담·인턴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대학생의 경우 생활비, 장학금 등의 금융 지원도 연계해준다.

삼성전자는 2일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센터를 추가 개소했다. 광주 서구 쌍촌동에 건립된 지상 5층 규모의 이 센터는 4번째 센터로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최대 2년 동안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는 27개의 독립된 주거공간과 교육·상담을 위한 공간, 북카페, 피트니스센터 등의 시설을 갖췄다.

연인원 360여명의 청소년들이 자립 체험과 각종 교육에 참여할 예정이며 운영은 광주아동복지협회가 맡는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립지원기관의 내실있는 운영과 시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과 이건희 회장의 상생 의지를 이어가기 위해 회사지원금 250억원을 추가해 내년까지 전주, 진주, 목포, 순천, 창원 등 9개 센터를 추가 개소해 총 13개의 '삼성 희망디딤돌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뜻을 펼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제대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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