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은 한동안 이 전쟁을 톱뉴스로 다뤘다. 그중에 특히 이스라엘 방위군이 공개한 SF(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인 듯한 영상이 시선을 끌었다. 밤하늘에 한 줄기 붉은 빛의 궤적과 함께 연이어 미사일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잠시 후 하늘은 폭발음과 함께 번쩍였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요격시스템 아이언돔이었다. 아이언돔은 초음속으로 쏟아지는 포탄을 정확히 탐지하고 추적해 90% 이상을 요격했다. 무빙타깃을 타격하는 첨단 기술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무빙타깃 개념이 요격시스템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에서는 변하는 시장과 고객을 의미하며 일류기업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 누구보다 먼저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탐지하려고 한다. 확인된 변화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한 설계와 생산은 이미 보편화됐다. 독일 안스바흐 지역에 문을 연 아디다스 공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로 고객 유형화를 넘어 개인화까지 달성했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무빙타깃 개념은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검색, 음성인식, 상거래 등에서 고객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고객이 스스로 변화를 인식하기도 전에 필요한 잠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연구·개발에서 무빙타깃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목표를 조정해나가는 전략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개발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규모 면에서 세계 5위다. 경제규모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도 1~2위를 다툰다. 블룸버그가 '2021년 혁신지수'에서 대한민국을 세계 1위로 평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글로벌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우리보다 각각 6배, 4배 이상을 투자한다. 우리는 초고령화, 기후변화 등 미래를 위협하는 글로벌 트렌드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 우리의 연구·개발을 조속히 선도형 연구로 전환하고 복합적인 현안 해결을 위해 융합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그 중심에 무빙타깃 전략이 있다.
추격형 연구에서 과녁은 대부분 고정돼 있었다. 앞선 국가가 보유한 기술 수준이 목표였고 활용될 분야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선도형 연구에서 개발될 기술의 내용은 물론 어떻게 활용할지를 연구자의 상상에 의존한다. 연구수행이 불확실했던 부분을 확인해 실체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정확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선도형 연구에서 무빙타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01년 방한한 앨빈 토플러는 "우리는 거대한 융합의 바다에 떠 있고 한국의 미래는 융합기술에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20년 지난 지금, 융합은 굳이 중요성을 설명할 필요 없는 모두가 공유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몇 해 전만 해도 융합기술 분야를 지목할 수 있었고 융합은 실험적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뇌과학, 의공학 같은 대표적인 융합기술 분야는 성숙해 더는 융합기술로 인식하기 어렵다. 바이오 연구에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융합적 연구방법론도 보편화해 새롭지 않다. 융합연구를 향한 우리의 여정은 성공리에 끝난 것일까.
융합연구는 대체할 방안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여전히 유효하다. 뿐만 아니라 본격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의 속도를 맞추기 위한 핵심 엔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래를 오늘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융합기술 전략 분야와 새로운 융합연구 방법론을 찾아 나서는 융합노마드가 돼야 한다. 무빙타깃은 융합연구에서 유효한 전략을 너머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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