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원인은 여러 갈래…분석 잘해야 대책 나온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 2021.06.03 05:00

[인터뷰]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다.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로 출발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정부의 인구정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출산 억제부터 저출생 극복까지 인구정책의 변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기록적인 저출생 추이를 반영하듯 역할도 커졌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생의 원인은 여러가지인데 일부만 가지고 정책을 만들다보니 효과가 미비했다"며 "대책을 잘 만들려면 저출생의 원인부터 분석해야 하는데, 아이를 왜 낳지 않는지 조사와 연구부터 철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저출생의 원인을 경제적, 사회·문화적, 가치적 요인 등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고용과 부동산 등 경제적 원인과 가부장적 제도의 굴레가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요인 뿐 아니라 '나 혼자 산다'가 편하다고 느끼는 가치적 요인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발표된)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을 강조하는 등 시각을 좀 바꿨다"며 "3차 기본계획까지 간과했던 문제들을 포함했기 때문에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최근 저출생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도 남다를 듯합니다.
▶60년 전 대한가족계획협회로 출발할 때는 출산 억제를 했습니다. 당시 선배들이 열정적으로 나섰고 인구변화 대응에 있어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출산을 장려해야 상황이 됐습니다. 협회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으고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깊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저출생의 원인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습니까?
▶출산 억제를 위한 가족계획은 명확한 이론과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자녀를 적게 갖는 게 좋다고 홍보했습니다. 거꾸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쉽지 않습니다. 출산 억제보다 장려하는 정책이 상당히 어렵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대책을 잘 만들려면 저출생의 원인부터 분석해야 합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입니다. 고용과 소득, 부동산의 문제입니다. 자녀의 교육 비용도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니 결혼과 출산에 부담을 느낍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여성들에게 부담을 주는 가부장적인 제도가 있습니다. 여성들이 불리하게 느끼는 문화적, 제도적 측면에 따라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요인이 생깁니다.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해결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치적인 측면 때문입니다.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편하고 좋다는 가치와 인식도 작용합니다. 저출생 원인은 다양한 갈래가 있습니다. 다양한 갈래들이 있기 때문에 잘 분석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합니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도 오래 전부터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출산율은 더 떨어졌습니다. 출산율만 봤을 때는 정책의 실패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나왔는데 3차까지는 출산 전후와 보육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장려 정책을 펼쳤습니다. 3차까지의 대책은 단순했습니다. 원인은 여러가지인데 일부만 가지고 정책을 만들다보니 아무래도 효과가 미비했습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4차 기본계획에선 시각을 좀 바꿨습니다.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을 강조했습니다. 3차 기본계획까지 간과했던 문제들을 많이 포함했기 때문에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협회가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협회에 연구·조사 기능이 있습니다. 아이를 왜 낳지 않는지 조사와 연구부터 철저히 할 생각입니다. 연구결과가 나오면 저출생의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건의하겠습니다. 협회의 서비스 기능도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정보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협회가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7월11일은 '인구의 날'입니다. 올해도 준비하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까?
▶인구 문제와 관련해 대학생 토론대회를 진행합니다. 토론대회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슈를 만들어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대회 논제는 '싱글 예찬프로그램은 제한돼야 한다', '포스트코로나(비대면시대)는 또 다른 인구위기다', '65세 정년연장은 필요하다' 입니다. 논제에 대한 청년세대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 '100인의 아빠단'이 구성돼 있는데, 그 분들이 '인구의 날'을 맞아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구 심포지엄도 개최해 해외 선진국들과 인구 문제를 같이 고민할 예정입니다.

-인구정책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는 협회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습니다. 캠페인, 확산, 문제제기, 교육, 상담 등 자꾸 물결을 일으켜 나가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저출생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잘 계획해서 만들어간다면 인구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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