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만 문자 보내라"…불만 터진 서울시 男공무원들, 왜?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1.06.02 05:30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1년 상반기 성인지·성적 괴롭힘 등 폭력예방 특별교육'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서울시 여성권익담당관이 성평등 조직문화를 위한 생활수칙을 공무원들에게 전체 문자를 발송했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익명 게시판에서 이 문자를 두고 과도하다는 남성 공무원들의 반응이 나왔고 젠더 이슈로 번지면서 반박하는 글도 이어졌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어느 조직보다 젠더 이슈에 민감한데다 최근 이대남(20대 남성)의 분노 등으로 대변되는 젠더 갈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 여성권익담당관 명의로 지난달 26일 오전 9시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5가지 생활수칙'을 안내하는 전체 문자가 발송됐다. △외모, 신체에 대한 비유나 평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 △성차별적 농담 △지위를 이용한 사적 만남, 사적 업무지시 △성별에 따른 업무분장 등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이다.

해당 문자가 발송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서울시청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이 같은 전체 문자 발송에 불만을 토로하는 공무원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담당 부서 이름부터 평등하지 않다. 페미(페미니스트)들 논리에 엮여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느냐"며 "문자를 받으니 아침부터 김샌다. 여성들에게만 문자를 보내라"고 적었다.

댓글에도 남성으로 추정되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적혔다. 비상연락도 아닌데 개인 휴대폰으로 굳이 발송해야 하는 내용이었냐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댓글을 단 한 공무원은 "천재지변이나 전시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 구축된 비상발령시스템으로 문자를 보냈다고 하면 구축 목적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이런 정책홍보성 문자를 수신하는데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권익담당관은 답글을 통해 "'성폭력 제로(Zero) 서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서는 사후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예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문자 발송의 취지를 밝혔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시 여성권익담당관이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발송한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5가지 생활수칙'.

전체 문자로 촉발된 젠더 갈등은 육아, 군대, 고용, 임금 문제 등 남녀를 둘러싼 차별 이슈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남성 공무원들은 "이런 글에 반대가 이렇게 달릴 일인가. 이게 여자들 평등인식 현황인가", "힘든 일을 여성이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 왜 남자들만 시키느냐", "남성권익담당관은 왜 안만드냐. 이것이야 말로 역차별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지난달 28일에는 '성별영향평가를 왜 하느냐'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고 '글에 포함된 저속한 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포털 시스템 운영지침에 따라 관리자가 삭제했다. 이어 '젠더 갈등이 불거지는 이 시점에 성인지 예산, 교육 등 여성 관련 정책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글도 올라왔다.

남성이 역차별받는다는 불만 섞인 글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반박글도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이 게시판만 봐도 여성차별과 관련한 시정 업무와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는 "요즘 남성이 차별 받지 여성이 무슨 차별을 받느냐며 소란 피우는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직장(서울시)에도 넘쳐난다"며 "여성 차별을 부정하다 못해 같은 직장 동료들의 업무까지 폄하하는 글이 자꾸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 공무원은 "남성은 성별이 남자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엄청난 우대를 받고 있다. 같은 직업이면 남성의 스펙이 훨씬 떨어진다는 얘기"라며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말해보라 하지 말고, 본인들의 의도했든 안했든 차별이 있고 특정 성별이 괴로워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젠더 관련 글이 사내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 조회 수, 좋아요, 싫어요 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서울시청에서 2021년 상반기 성인지·성적괴롭힘 예방 특별교육을 받은 자리에서 전임 시장 성폭력 사건으로 실추된 서울시의 명예를 회복하고 성폭력 제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성추행·성폭력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성희롱·성폭력 전담특별기구' 운영 △성비위 사건 신고 핫라인 개통 △성희롱·성폭력 교육과 관련 본청뿐만 아니라 본부·사업소, 공사·공단, 출연기관의 전 구성원들 대상 100% 이수 의무제 등을 도입했다.

베스트 클릭

  1. 1 "말도 안 되는 휴진하게 된 이유는…" 소아흉부외과 교수 '통곡의 편지'
  2. 2 "못생겼어" 싼타페 변신 실패?…대신 '아빠차' 등극한 모델은
  3. 3 신동엽, '대마초 사건' 자폭 개그에…"부끄러운 줄 모르냐" 일침
  4. 4 3시간만에 수정된 '최태원 이혼 판결문'…"파기 사유도 가능"
  5. 5 군중 앞 끔찍한 전처 살해…"안 잡힐 자신 있다" 증발 16년째[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