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아직 물가수준이 안정 목표인 2%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 경기 및 고용 회복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보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한국에서 굳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의 목소리는 현재 매파(통화긴축론자) 일색으로 구성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닿기 어려운 상황이라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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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미국보다 먼저 해야 여유있다"━
이 총재는 미국 FED(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 0.25%의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오는 데 대해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당연히 중요한 고려요인이 맞지만 과거를 봐도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조정한 경우나 반대의 경우가 다 있었다"며 "연준이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국내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우리 상황에 맞춰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는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한국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총재는 '당분간'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 당분간의 뜻에 대해 "가까운 장래, 어느 정도의 개념은 있지만 조정의 시기를 미리 못박는 것 같아 표현하기 좀 어렵다"며 "조금만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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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막으라고 풀어준 돈…주식·부동산에 몰렸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역시 불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3월말에 비해 9.5%(153조6000억원)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이 20조4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4조2000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한국판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처럼 대규모 자산매입은 없기에 이에 대한 속도조절은 불필요하지만 적격담보증권 확대·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 신설 등 기존 조치들을 순차적으로 종료해왔다. 이주열 총재는 "여전히 남아있는 게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 운영"이라며 "코로나 상황에 대응해 설치하고 지원해왔는데, 추가 연장 여부를 곧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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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내수·고용 회복세 더딘데 왜 굳이 선제적 금리인상?"━
기준금리에 정통한 한 경제학자는 "올해 경제회복세가 4%대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마이너스와 합치면 연간 2%도 안되는 수준이고, 물가는 안정목표인 2%에 도달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에 인플레이션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물가와 경제성장 모두 지난해 마이너스에 따른 반등의 의미가 클 뿐"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현재 성장률이 올라가는 건 수출 제조업의 영향이 큰데 그쪽은 고용창출 효과가 별로 없고, 고용을 늘리려면 내수가 살아나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내수 회복속도는 미국보다도 훨씬 늦다"며 "미국도 내수 회복세가 더뎌 연준이 금리인상을 늦추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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