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3살, 스피츠)가 공원서 산책할 때였다. 70대쯤 되어보이는 어르신 한 명이 다가와 다짜고짜 반말로 '입마개'를 왜 안 하냐며 윽박질렀다. 보호자인 이모씨(28, 가명)가 "어르신, 얘는 법적으로 입마개 안 해도 되는 개에요. 제가 산책할 때 잘 잡고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소용 없었다.
그 어르신은 "개들은 무조건 입마개 다 해야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하며 언성을 높였다. 일방적으로 일갈하더니 "XX, 생각이 없어, 생각이"하며 자릴 떴다. 이씨는 할 말을 잃었고, 행복이는 이 과정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산책하러 나갈 때면, 입마개를 왜 안 하냐는 시비에 자주 걸린다"며 "사람들 가까이 가지도 않고, 얌전히 다녀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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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마개 의무 견종은, 맹견 5종뿐━
문제는 이들 맹견이 아님에도, 무조건 입마개를 하란 이들이 많아 산책에 고충을 겪는다는 것.
포롱이(5살, 진도믹스)는 산책할 때 무척 조심한다. 공격성이 없지만, 무서워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서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다니고, 사람이 지나갈 땐 줄을 짧게 잡고 한쪽에서 기다린다. 그런데도 입마개를 안 하냐며 시비거는 이들이 많다. 보호자인 송모씨(31)는 "멀리 있다가 굳이 개를 보고 가까이 다가와서 입마개를 안 하냐고 나무란다. 주로 50~70대 어르신들"이라고 했다.
오월이(6살,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단다. "법적 맹견만 입마개를 하는 것"이라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상대방은 "큰 개는 무조건 다 해야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오월이 보호자를 툭툭 치기까지 했다. 보호자인 김모씨(41)는 "사진까지 보여주며 설명해도, 대개는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많아 화가 나고 산책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이는 폭행 등 사건으로 불거지기도.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에선 개와 산책 중인 보호자를 폭행한 A씨(64)에게 벌금 70만원이 선고됐다. 개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며 욕설을 하고, 목을 잡고 흔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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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입마개'가 공격성 더 키워━
통상 반려견들은 산책을 하며 새로운 냄새를 많이 맡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푼다. 그런데 입마개를 하면 그럴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입마개를 풀었을 때, 공격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행동을 억지로 억제하려는 시도가 문제를 더 키운다는 것. 특히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물려고 하는 성향이 더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회화가 잘 되어 있고, 물지 않는 개까지 입마개로 원천 차단하는 게 맞냐는 의문도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21일 기고한 글에서 "사람이 먼저 가해하지 않는 한, 전혀 사람을 안 무는 개가 실은 더 많다"며 "그런 개들에게까지 입마개를 강요하는 건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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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입마개가 아니라, '교육'━
한준우 동물행동심리전문가(딩고코리아 대표)는 강아지가 물건을 무는 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했다. 그래서 못하게 가르칠 게 아니라, 더 많은 장난감이나 호기심 거리를 챙겨주라고 했다. 5개월이 되기 이전에는, 무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손이나 신체를 물면 "아~!"하고 작은 소리를 내어 표현하는 거다.
5개월 이후엔 사람의 피부에, 이가 닿는 행동을 못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가 피부에 닿는 순간, 강아지에게 멀어지는 방법으로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치즈를 손의 이곳 저곳에 발라 핥아 먹는 행동을 유도해, 손에 있는 음식은 부드럽게 먹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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