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마개' 하는 개 아니라고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1.05.30 15:07

법적으로 입마개 해야하는 맹견은 5종 뿐인데…산책할 때 무턱대고 "입마개 왜 안 해" 시비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 붙어 있는 맹견 산책 에티켓 현수막. 사진이 부착된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5종만 법적으로 입마개를 해야하는 맹견들이다. 그외 다른 견종은 공격성에 따라 보호자가 입마개 착용 여부를 선택할 뿐,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사진=남형도 기자
"입마개 왜 안 해? 입마개 해야지."

행복이(3살, 스피츠)가 공원서 산책할 때였다. 70대쯤 되어보이는 어르신 한 명이 다가와 다짜고짜 반말로 '입마개'를 왜 안 하냐며 윽박질렀다. 보호자인 이모씨(28, 가명)가 "어르신, 얘는 법적으로 입마개 안 해도 되는 개에요. 제가 산책할 때 잘 잡고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소용 없었다.

그 어르신은 "개들은 무조건 입마개 다 해야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하며 언성을 높였다. 일방적으로 일갈하더니 "XX, 생각이 없어, 생각이"하며 자릴 떴다. 이씨는 할 말을 잃었고, 행복이는 이 과정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산책하러 나갈 때면, 입마개를 왜 안 하냐는 시비에 자주 걸린다"며 "사람들 가까이 가지도 않고, 얌전히 다녀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입마개 의무 견종은, 맹견 5종뿐


로트와일러./사진=이미지투데이
법적으로 입마개를 꼭 해야하는 견종은 5종이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다. 이들 맹견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출입할 수 없고, 3개월 이상 됐으면 산책시 입마개를 해야한다. 위반시 과태료 100만원이다.

문제는 이들 맹견이 아님에도, 무조건 입마개를 하란 이들이 많아 산책에 고충을 겪는다는 것.

포롱이(5살, 진도믹스)는 산책할 때 무척 조심한다. 공격성이 없지만, 무서워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서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다니고, 사람이 지나갈 땐 줄을 짧게 잡고 한쪽에서 기다린다. 그런데도 입마개를 안 하냐며 시비거는 이들이 많다. 보호자인 송모씨(31)는 "멀리 있다가 굳이 개를 보고 가까이 다가와서 입마개를 안 하냐고 나무란다. 주로 50~70대 어르신들"이라고 했다.

오월이(6살,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단다. "법적 맹견만 입마개를 하는 것"이라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상대방은 "큰 개는 무조건 다 해야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오월이 보호자를 툭툭 치기까지 했다. 보호자인 김모씨(41)는 "사진까지 보여주며 설명해도, 대개는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많아 화가 나고 산책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이는 폭행 등 사건으로 불거지기도.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에선 개와 산책 중인 보호자를 폭행한 A씨(64)에게 벌금 70만원이 선고됐다. 개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며 욕설을 하고, 목을 잡고 흔든 것으로 조사됐다.




'무조건 입마개'가 공격성 더 키워


그냥 보는 것도 무섭다며, 모든 반려견들에 입마개를 하는 방법이 옳을까.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가 공격성을 더 강화시킬 거라고 했다.

통상 반려견들은 산책을 하며 새로운 냄새를 많이 맡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푼다. 그런데 입마개를 하면 그럴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입마개를 풀었을 때, 공격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행동을 억지로 억제하려는 시도가 문제를 더 키운다는 것. 특히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물려고 하는 성향이 더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회화가 잘 되어 있고, 물지 않는 개까지 입마개로 원천 차단하는 게 맞냐는 의문도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21일 기고한 글에서 "사람이 먼저 가해하지 않는 한, 전혀 사람을 안 무는 개가 실은 더 많다"며 "그런 개들에게까지 입마개를 강요하는 건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핵심은 입마개가 아니라, '교육'


입마개보다 더 중요한 건, 무는 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다. 반려인들 역시 "우리 개는 안 물어, 괜찮아"라 할 게 아니라, 예방 교육을 잘 시켜둬야 한다는 것.

한준우 동물행동심리전문가(딩고코리아 대표)는 강아지가 물건을 무는 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했다. 그래서 못하게 가르칠 게 아니라, 더 많은 장난감이나 호기심 거리를 챙겨주라고 했다. 5개월이 되기 이전에는, 무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손이나 신체를 물면 "아~!"하고 작은 소리를 내어 표현하는 거다.

5개월 이후엔 사람의 피부에, 이가 닿는 행동을 못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가 피부에 닿는 순간, 강아지에게 멀어지는 방법으로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치즈를 손의 이곳 저곳에 발라 핥아 먹는 행동을 유도해, 손에 있는 음식은 부드럽게 먹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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