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화석연료 시대…정유4사 모두 수소 뛰어들었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 2021.05.28 19:50
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수소 사업이 정유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에 이어 GS칼텍스까지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국내 정유4사 모두 수소사업을 키우게 됐다. 탈탄소 시대가 도래하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정유업계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적극적으로 먼저 변화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의 성공적 런칭 및 전략적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추출설비 구축 △CCU(탄소 포집·활용) 기술 실증 및 상용화 등 액화수소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양사는 한국가스공사의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기로 했다. 액화수소 1만톤은 수소 승용차 기준으로 약 8만대가 연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양사는 수도권과 중부권에 수십 곳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해 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이번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 앞서 기체수소 충전소 구축 및 운영 사업을 진행했지만 수소 생산 사업 진출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함께 서울 강동구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한 데 이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제주, 전남 여수, 경기도 광주 등에 상용 수소충전소 구축도 추진 중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S-OIL 등도 수소 생산 사업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정유사들의 수소사업 진출은 에너지 패러다임을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정유업계는 철강업계 다음으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이다. 국내 주요 기업 탄소배출량 10위 안에 정유 4사가 모두 속해있다. 현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 탈탄소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 정유업계가 '수소대전환'에 서두르는 이유다.

특히 유럽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고, 중국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을 2035년 또는 2040년으로 제시하면서 경유, 휘발유 등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차원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사업에 뛰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 사업장 내 정유·석유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부생수소를 활용한 액화수소는 2023년부터 연간 3만 톤을 생산한다. SK에너지의 주유소와 운송 트럭 휴게소도 그린 에너지 서비스 허브로 키운다. 차량용 수소를 판매하고, 연료전지 발전소 같은 발전용 수요도 적극 개발한다.

현대오일뱅크도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수소 생산 업체 에어프로덕츠와 손을 잡았다.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사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MW(메가와트) 이상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고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사업 매출 비중을 현재 85%에서 2030년까지 45%까지 낮출 계획이다.

S-OIL도 지난 3월 연료전지 기업 FCI와 82억 원의 투자 계약을 맺으며 수소 사업에 진출했다. 신성장 전략 '비전2030' 달성을 위해 수소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수소산업 전반 진출을 계획 중이다.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력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도 검토 중이다.

이런 추세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도 국제사회의 탄소저감 압박을 받으며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크게 확장하면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석유·가스 생산을 40% 축소하고, 매년 50억달러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영국계 다국적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도 2019년 프랑스 풍력업체 에올피를 인수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연간 20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로열더치셸은 최근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은 셸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9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 회사 계획(2030년까지 20% 감축)보다 매우 빠른 감축 속도 요구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기존 석유·가스 사업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인사 최소 2명을 선임하게 됐다. 이 펀드가 지닌 엑손모빌 지분은 전체 0.02%밖에 되지 않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해 엑손모빌의 변화를 촉구해야한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2대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미 3대 연기금의 지지를 받아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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