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업과 특허

머니투데이 김홍일 전 디캠프·프론트원 센터장 | 2021.06.07 06:00

[UFO칼럼]

김홍일 전 디캠프 센터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백신 지식재산권을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발도상국들의 지식재산권 면제 요구에 미국과 중국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유럽국가들은 면제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식재산권협정(TRIPS) 조항 간소화를 주장한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개발 등 제약사들의 추가 노력에 대한 동기를 없앨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이런 과정에서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가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는 계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특허권 보호가 일부 대기업의 탐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앞서 1880년대 이코노미스트가 "특허제도는 인간의 탐욕에 기름을 끼얹는 제도"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2014년에는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명하는 등 과거에도 특허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 보호 없이 눈부신 기술개발이 가능할까. 멀리 생각할 필요도 없다.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술을 베끼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는가. 공정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속성에 반하는 법률적 독점권한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특허권 또는 지식재산권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독점권이 개별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특허권이 등록된 다른 나라에서도 보장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국립초상화박물관(NPG) 건물 출입구 상단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특허제도란 발명가의 불꽃 열정에 이익이란 기름을 끼얹어주는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이 한 말이다.

자본주의 승리의 이면과 인류 문명 발전의 기반에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제도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특허제도로 개인의 지식과 아이디어 공개가 가능해져서다. 특허제도가 없다면 내가 애써 개발한 것을 누가 빼앗아갈까 두려워 꼭꼭 숨기려고만 할 것이다. 결국 특허권의 방점은 '독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에 있다. 소극적으로는 사회적 자원의 동일한 아이디어와 지식에 대한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고 적극적으로 공개된 자료를 기초로 보다 진보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이게 모여 문명의 발전을 만든다. 즉 특허제도는 '공개'를 통해 사회적 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일정기간 '독점'은 제도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장치이자 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최근 LG와 SK 두 국내기업의 특허분쟁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이뤄진 것도 특허제도의 본질적 속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기업의 특허가 특허제도를 도입한 모든 국가에 적용되기에 국경을 넘는 소송이 가능한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특허제도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각자 설정한 가설과 솔루션의 입증만 고민할 뿐 그 가설과 솔루션에 대한 법률적 권리(지식재산권, 특허권)에 대해선 무지한 경향을 보였다.

기술개발 과정의 법적 분쟁을 예방하려면 내가 연구하는 기술을 다른 누군가가 먼저 고민하지는 않았는지 특허제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사전에 등록된 아이디어를 먼저 살펴본 후 좀더 발전된 아이디어와 가설을 만드는 방식으로 개발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 기술에 대한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야 '아이디어 탈취 또는 뺏기기'를 걱정하며 법률적 보호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법률적 권리에 대한 무시의 대가는 적지 않다. 실제 미국에는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그렇지 못한 기업의 35배에 달한다는 연구자료가 있다. 한국에도 특허권(산업재산권)을 보유한 5년 이내 스타트업의 도산 위험이 훨씬 낮다는 실증 연구자료가 있다.

막 창업한 스타트업이 가진 것이라곤 창업자의 열정과 아이디어(기술)뿐이다. 그나마 계량화, 자산화할 수 있는 것이 특허다. 창업을 꿈꾸는 모든 분이 특허제도에 관심을 갖길 권유한다. 더불어 특허청이 다양한 창업지원제도를 운용한다는 사실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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