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도 파악하는 네이버 '초거대 AI'…LG도 "1억弗 투자" 개발 속도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이동우 기자, 김수현 기자 | 2021.05.25 06:00

[MT리포트] 차세대 AI 주도권 경쟁(下)

편집자주 | '알파고 쇼크' 그리고 5년, 인공지능(AI) 산업이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학습을 넘어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하고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는 초거대 AI가 기존 AI를 빠르게 대체할 전망이다. 차세대 AI 기술 선점을 위한 미중 패권경쟁의 막이 올랐고, 세계 유수의 빅테크들이 초거대 AI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초거대 AI의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해 본다.



한국어 '초거대 AI' 만든 네이버…"수천억 투자" LG도 뛰어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들어 국내에서도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NAVER카카오·SK텔레콤·KT 등 ICT 기업이 관련 연구·개발(R&D)에 뛰어든 가운데, LG전자도 제조업 중 처음으로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는 초거대 AI가 바꿀 미래에 뒤처져선 안된다는 위기감과 함께 국내 AI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담겼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한국어 초거대 AI를 개발한 네이버는 오는 25일 '네이버 AI 나우' 행사에서 연구성과와 계획을 발표한다. 지난해 수백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도입한 700 페타플롭(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회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수준) 이상의 슈퍼컴퓨터 인프라와 한국어 초거대 AI가 적용된 서비스를 소개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AI의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다. 현존하는 초거대 AI 중 최고로 평가받는 미국 오픈AI의 'GPT-3'는 175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했다. 파라미터 규모가 클수록 AI 지능도 높아지는 만큼, 네이버의 초거대 AI가 GPT-3 대비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갖췄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네이버 초거대 AI 상용화 시작…LG "GPT-3 뛰어넘겠다"

/사진=김지연 디자인기자
국내 기업들이 이제 막 초거대 AI 개발을 시작한 것과 달리, 네이버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초거대 AI를 적용한 검색어 제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ㄷ..ㅇ대문'을 검색하면 AI가 이를 '동대문'으로 자동변환해 검색결과를 제공한다. 그동안 이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검색 값이 '제로'일 때도 있었으나, 초거대 AI로 예측 성능을 향상해 적절한 검색어를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인호 네이버 NLP조직 책임리더는 "초거대 AI를 대규모 이용자 서비스에 상용화하려면 모델을 최적화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개선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중장기 AI 기술 연구조직인 '네이버 AI 랩'을 신설하고, 최근 서울대 및 카이스트와 초거대 AI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수백억원대 투자를 예고한 배경이다.

LG전자의 목표는 GPT-3를 뛰어넘는 초거대 AI다. 3년간 1억 달러(약 1130억원)를 투자해 올 하반기 GPT-3의 3.4배 수준인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엔 이를 조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언어뿐 아니라 영상과 이미지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추론하는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의 AI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SK텔레콤 역시 GPT-3와 유사한 수준의 초거대 AI를 준비 중이다. 연내 15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초거대 AI 'GLM'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카카오와 AI 동맹을 맺고 인프라·데이터·언어모델 등 전방위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 국립국어원의 언어 정보를 활용해 AI의 정확도와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다.

카카오도 카카오브레인·엔터프라이즈와 자체적으로 초거대 AI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는 연내 카이스트와 'AI·SW 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초거대 AI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대전 KT대덕2연구센터에 최첨단 인프라와 전문 연구인력, 양 기관의 데이터를 모아 초거대 AI R&D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美中 기술 패권 속 韓 AI 주권 확보해야"

이들 기업이 초거대 AI에 사활을 건 데에는 '뒤처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한다. 초거대 AI는 과거 인터넷처럼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꿀 전망이어서다. 실제 LG는 B2C 서비스뿐 아니라 신소재 개발부터 상품 설계·디자인 까지 산업 전 과정에서 초거대 AI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봤다. 이같은 지각변동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인 투자가 답이라는 것이다.

또 GPT-3를 비롯해 해외 초거대 AI 대부분이 영어 기반인 만큼,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기술 경쟁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한국어 기반의 AI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GPT-3는 학습 데이터의 90% 이상이 영어이다 보니 영어와 한국어 간 성능 차이가 있다"며 "초거대 AI를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해외 모델을 적용하는 게 더 쉽지만,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국어 초거대 AI 개발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초거대 AI 가로막는 난제 3가지...인프라, 제도 그리고 이것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초거대 AI' 개발을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수많은 난제를 넘어야 한다. 국내 AI 연구나 인프라가 해외에 비해 뒤처진 만큼 초거대 AI 구축을 위해서는 민관의 대규모 투자와 함께 정부 차원의 연구 인프라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AI 학습시간 단축과 추론성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슈퍼컴퓨터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슈퍼컴퓨터는 AI 개발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곤 이를 갖추기 여의치 않다. AI 연구용 공공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영어에 비해 한국어 기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기본 데이터의 절대량을 늘릴 필요성도 강조됐다.

초대규모 AI 모델(GPT-3)의 부상과 대응 방안(IT&Future Strategy 보고서) /사진=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인간은 아기일 때부터 '젖병'이라는 단어를 직접 만지고 느끼면서 체득하지만, AI는 주입된 텍스트를 가지고 인간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학습해왔다"며 "이 때문에 AI가 상황이나 맥락을 파악하는 인간의 '상식'이 생기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영상 데이터나 웨어러블 센서 등을 통해 시각이나 촉각 등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AI가 학습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처럼 학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인간 수준의 AI를 만들기 위해선 아주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사실 이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호한 AI 정책…이루다 사건 무한 반복? AI 인재 부족도 '심각'

데이터 확보과정에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학계에서는 최근 AI 챗봇 서비스 '이루다' 사태가 데이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까 우려한다. 정책적 모호성이 연구 과정에서의 AI 모델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학수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서울대 로스쿨 교수)은 "사실 대규모 언어모델을 만든다고 하면 아무리 비식별 처리를 해도 그 안에 개인정보가 섞여 있게 되고 이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도 개발자들은 어느 정도까지가 혐오발언인지에 대해 반문한다. 여기에 규제기관이 답을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00% 완벽한 AI를 기대하지 말고 각 상황 및 특성 등 현실을 반영해 평가요소와 중요도를 정하는 '위험 기반 접근법'(Risk based watch) 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연구인력난 역시 숙원 과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AI 사업 추진 기업 283곳중 53%는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장은 "초거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중요한데, 제일 힘든 것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동우·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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