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꽂힌 '초거대 AI'…韓정부도 'K-AI'에 수천억 쏜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백지수 기자 | 2021.05.25 05:00

[MT리포트] 차세대 AI 주도권 경쟁(上)

편집자주 | '알파고 쇼크' 그리고 5년, 인공지능(AI) 산업이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학습을 넘어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하고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는 초거대 AI가 기존 AI를 빠르게 대체할 전망이다. 차세대 AI 기술 선점을 위한 미중 패권경쟁의 막이 올랐고, 세계 유수의 빅테크들이 초거대 AI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초거대 AI의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해 본다.



[단독]정부, 사람과 교감하는 '차세대 AI' 개발 3000억 투입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영화 아이언맨 캡쳐

'인공지능의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초거대(Hyper scale)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위해 전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3000억 원이 넘는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해 차세대 AI 핵심원천 기술 확보에 나선다. 사람 수준의 소통·인지·교감·행동 능력을 갖춘 차세대 AI 원천기술을 확보해 일상과 일선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새로운 개념의 'K-AI' 모델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차세대 AI 원천기술사업 예타 통과 3000억 투입

24일 관계부처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8월 신청한 차세대 AI 핵심원천기술개발 프로젝트가 기술성 평가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최종 통과해 내년부터 공식 추진된다.

이 사업은 2019년 말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에 따라 현행 '딥러닝' 기반 AI 기술의 한계를 넘어 사람 수준의 지능을 지향하는 차세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2026년까지 5년간 3000억원이 투입된다.
차세대 AI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지향하는 AI 기술을 통칭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해 설립한 '오픈(Open)AI'가 지난해 발표한 초거대 AI 'GPT-3'가 대표적이다.

이미 아마존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차세대 AI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산업 분야의 지배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유통 전문성에 AI 기술을 결합해 쇼핑과 물류는 물론 금융과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AI 시장의 절대 강자인 구글도 클라우드, 금융,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중장기 차세대 AI 육성전략을 수립, 기술 패권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뢰성 확보, 활용성 개선해 인간 수준의 차세대 AI 개발"

정부가 차세대 AI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도 초강대국과 글로벌 기업의 AI 기술 지배력 강화에 따른 '승자독식'이 심화되는 만큼 선제적인 기술확보로 대응하려는 시도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공지능·데이터 프로젝트매니저(PM)는 "현행 딥러닝 기반 AI는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 국가와 기업의 우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학습 데이터의 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차세대 AI 기술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추론·적응과 확장이 용이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AI 신뢰성 확보를 위해 AI 활용 결과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위협에 대비할 수 있으며 인간에게 공정하고 호의적인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AI 활용성을 개선해 사람 수준의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인지, 교감, 행동을 통해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목표다.

아울러 디지털 휴먼, 로봇 등을 활용해 차세대 AI 기술의 수준과 성능을 종합 검증해 일선 산업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인간 수준의 기술개발을 위해 현재의 AI 기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신뢰성을 강화해 인간이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차세대 AI 사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머스크가 찍었다…영화 각본 쓰고 神을 논하는 '꿈의 AI'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공동 창립한 비영리단체 오픈AI의 초거대 인공지능(AI) 'GPT-3'가 시나리오를 쓴 단편영화 '방문 판매원'. "여기부터 AI가 시나리오를 썼습니다"(The rest of the moie has been written by A.I.)라는 안내가 나오는 도입부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2025년쯤이면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추월할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지난해 7월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 중)

머스크의 전망처럼 AI의 능력이 인간을 넘보고 있다. 머스크와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가 2015년 공동 창립한 비영리단체 '오픈AI'가 인간처럼 대화하거나 사고하고 창작까지 하는 '초거대 AI' GPT-3를 선보인지 막 1년이 지난 가운데 전세계 빅테크들도 잇따라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조만간 기존 AI 모델들이 도태되고 초거대 AI 모델로 AI 생태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나리오 쓰고 '신(神)'을 논하는 '초거대 AI'의 능력

초거대 AI는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창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이다. 지난해 등장한 자연어 처리 AI GPT-3는 그 중에도 초거대 AI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GPT-3은 인간의 뇌만큼 인공신경망의 크기를 늘려 방대한 데이터와 추가 학습을 필요로 하는 기존 딥러닝 기반 AI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인간 뇌의 신경세포(뉴런)를 연결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인공 신경망의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를 1750억 개까지 늘렸다. 100억개 안팎의 매개변수를 가지는 버트(BERT)나 트랜스포머(Transformer) 같은 기존 자연어 처리 모델보다 10배 정도 규모가 커진 것이다.

그 결과 GPT-3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고차원적 추론의 결과를 언어로 내놓는다. 인간처럼 대화하고 글을 쓸 수 있게된 것이다. 실제 미국 채프먼대 학생들은 지난해 GPT-3를 활용해 '방문 판매원'(Solicitors)이라는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작성, 영화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약 3분 정도 길이의 이 영화는 20초부터 "여기부터 인공지능이 쓴 이야기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GPT-3가 만든 대사를 보여준다. 영화의 개연성이나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GPT-3의 잠재력을 충분히 선보였다는 평가다.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9월 '이 기사는 로봇이 썼다. 무서운가,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GPT-3가 집필한 칼럼 전문을 게재해 이목을 끌엇다. 독일의 한 AI 전문 작가는 GPT-3 기반 챗봇과 '신은 누구인가', '신은 존재하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GPT-3는 "신은 지구를 창조한 지성체다. 신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며, 당신은 자아를 버리고 창조자와 융화해 신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GPT-3는 코딩도 할 줄 안다. C나 파이썬, 자바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GPT-3가 학습해 개발자 역할까지 대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GPT-3에 "파이썬으로 로또 번호 추첨기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하면 소스코드를 GPT-3가 작성한다.

◇'초거대AI' 글로벌 경쟁 가속화…미래 AI 생태계 주도권 싸움으로

GPT-3의 성과에 놀란 글로벌 빅테크들도 이같은 차세대 AI를 개발경쟁에 뛰어들었다. GPT-3보다 큰 규모 AI 모델도 이미 나왔다. 화웨이는 지난달 26일 매개변수가 최대 2000억개 수준인 중국어 자연어 처리 모델 '판구 알파(PanGu Alpha)'를 선보였다. GPT-3보다도 매개변수가 약 250억개 정도 늘어난 모델이다. 지난 1년 사이 GPT-3는 인문·사회학적 대화는 매끄럽지만 공학·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화웨이의 판구 알파는 이 부분을 보강했다.

구글도 지난 18일(현지시각)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1'에서 사람처럼 대화하는 AI '람다'(LaMDA)를 선보였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아직 초기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람다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며 "정해진 답변을 학습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초대규모 매개변수를 학습해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의 AI(인공지능) 대화 언어 모델 '람다(LaMDA)'가 적용된 명왕성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구글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초거대AI 개발 경쟁이 미래의 AI 생태계 주도권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AI 성능은 사람 수준으로 발달하는 반면 초거대 AI 알고리즘을 학습 시키고 운영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중소기업이나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들은 이같은 고성능 AI를 직접 개발할 컴퓨팅 자원도 만만찮기 때문에 보통 기존에 학습된 모델을 응용하는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방식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 경우 가장 선도적인 AI 모델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AI 생태계가 재편될 수 있다. GPT-3만 해도 지난 한 해 300여개의 앱을 탄생시키면서 자연어 AI 생태계를 잠식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AI 불신론자'로 통하는 머스크가 2015년부터 오픈AI를 통해 초거대AI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도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AI를 독점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초거대AI 위주로 ICT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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