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에 물었다 "아이오닉5 주행거리 짧은데, V2L 맘놓고 써도 돼요?"(下)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 2021.05.25 05:50

편집자주 | 2만3760대. 아이오닉5가 사전예약 첫 날에만 계약한 건수다. V2L(Vehicle to Load)·800V 초급속 충전 등 혁신 기술이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은 덕이다. 이를 개발한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 기술 개발 뒷얘기와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점, 현대차 전기차의 미래를 물어봤다.

현대 차 아이오닉5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주행가능거리 500㎞는 될 줄 알았는데…짧아도 너무 짧다"

역대급 사전예약 기록을 보여주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아이오닉5의 환경부 공식 주행가능 거리가 발표되자 나온 소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유럽 WLTP 기준 500㎞대 주행가능거리가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그러자 아이오닉5의 핵심 기술중 하나인 V2L(Vehicle to Load)의 의미가 퇴색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행거리도 넉넉지 않은데 전자제품을 꽂아서 쓸 여력이 있겠냐는 것이다. V2L은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대형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집·카페·회사에서 쓰듯 차량 내외부에 마련된 220V 단자에 전자기기를 연결하기만하면 바로 쓸 수 있다.



아이오닉5=일반 가정집 7곳 하루치 전력량…"마음놓고 전자기기 쓰셔라"



현대차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의 V2L(Vehicle to Load) 기술개발을 담당한 성현욱 현대차 전력변환제어설계팀 파트장(왼쪽)과 곽무신 현대차 전력변환제어설계팀장(오른쪽)/사진제공=현대차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만난 V2L 개발을 담당했던 성현욱 현대자동차 전력변환제어설계팀 파트장은 "주행거리에 부담을 줄만큼 전자제품 전력이 크지 않다"며 "안심하고 넉넉하게 써도 된다"고 확답했다.

성 파트장의 확신에는 근거가 있었다. 아이오닉5에 내장된 배터리는 일반 가정집 7곳이 하루 동안 쓰는 전기를 쌓아둘만큼 고전력인데, 소비자가 쓰는 전자기기는 수백W(와트)밖에 안되는 저전력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오닉5 V2L 최대치가 3.6kW인데 배터리가 방전되려면 총합 3.6kW의 전자기기를 20시간동안 사용해야 가능하다"며 "그마저도 주행에 대한 최소 전기에너지는 남겨놓기 때문에 V2L을 쓰다가 방전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오닉5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72kWh다. 이게 얼마나 큰 에너지냐면 일반 가정에서 TV·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평소처럼 사용했을 경우 하루에 쓰는 전력량이 10kWh 수준"이라며 "아웃도어에서 쓰는 전자제품이 100~200W에 불과해 주행거리에 부담을 주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아이오닉5에서 V2L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이오닉5는 운전자가 V2L을 배터리 전체 용량의 몇퍼센트까지 사용할지 설정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의 100%는 설정이 불가하며, 20~80%까지 V2L 사용한도를 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함이 생긴다면,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 중인 현대차 초고속 충전시설 'E-pit'를 사용하거나 주변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800V 초급속 충전시스템을 탑재해 배터리 조건이 갖춰질 경우 18분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V2L이 기술이냐?' 비아냥도 모두 수용…"잠재적 고객 피드백 적용한 차량 계속 나올 것"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 5'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매일 개발 업무에 치이는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V2L 연구진들도 아이오닉5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수년간 개발한 '자식'같은 자동차이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아이오닉5는 V2L 기초단계 기술 개발 기간까지 포함하면 출시까지 대략 4~5년이 걸렸다.

'V2L이 기술이냐', '그래봤자 테슬라 못 쫓아간다' 같이 자식같은 제품을 향한 악성 피드백도 '부모님'의 마음으로 모두 수집한다. 이들 역시 현대차가 포섭해야 하는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곽무신 현대차 전력변환제어설계팀장은 "비난에 가까운 소비자 반응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아직 전기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잠재적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추후 모델에 피드백을 반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행가능 거리는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상충효과)다"라며 "배터리를 최대한 많이 쌓으면 차가 멀리가지만, 그만큼 차도 무거워지고 주행 효율도 떨어진다. 가장 큰 건 가격이 비싸진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5는 '실내 거주성'에 초점을 두고 설계·기획한 차라는 게 곽 팀장의 설명이다. 주행가능 거리가 다소 짧아지더라도 그 대신 넓은 공간, 이를 극대화해주는 V2L, 초급속 충전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배터리 사이즈를 써도 타이어 크기, 트렁크 사이즈, 공기저항 등을 조절해서 더 멀리 가게 할 수 있다"며 "주행가능 거리를 최대치로 늘려 '장거리 주행' 콘셉트의 전기차도 추후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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