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땡큐'에 4대그룹 위상 올라갔지만..44조 투자 실효성은?

머니투데이 워싱턴=공동취재단 , 오문영 기자, 최민경 기자, 최석환 기자 | 2021.05.23 17:14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21.5.22/뉴스1
"땡큐, 땡큐, 땡큐."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된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세 차례 울려퍼졌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한국 4대 그룹이 총 394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데 따른 감사 인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에게 잠시 일어서줄 것을 요청한 후 "우리와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결정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좋은 고용이 많이 창출될 것"이라며 박수로 고마움을 전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44조 대미 투자 발표..美시장 선점 기회


실제로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를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 밸리에 AI(인공지능),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10억 달러)를 설립키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은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인프라 확충 등에 총 7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이같은 투자 발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수요를 잡겠다는 이유가 크지만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한 선제 대응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그간 역동적인 대미 투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수소경제와 전기차 배터리 양산,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미국의 든든한 경제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고 힘을 보탰다.

재계에서도 일제히 회담 결과가 성공적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의 공급망 회복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며 실질적 사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전기차 경쟁자와 격차 벌린다..삼성 반도체 협상 장애 우려도


배터리업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섭게 성장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 등 연평균 40%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가장 먼저 투자하면서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보다 유리해졌다"며 "특히 미국은 중국 배터리에 의존할 수 없고 중국도 미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현대차의 전기차 투자가 절묘했다는 입장이다.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시장 공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 업계의 의견은 갈린다. 투자 계획를 무르기 어렵게 되면서 향후 이어질 미국 주정부들과의 세금감면 협상에서 삼성이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 주정부를 상대로 89억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와 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는 점을 내세워 세제 혜택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와는 향후 20년간 9억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 감면을 놓고 최근까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미국에서 만족할만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국내로 시선을 돌릴 것이란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한 뒤 "투자 계획 발표에 인센티브 조건 등도 언급하지 않아 투자를 무르기 어렵게 됐다"면서 "미국 입장에선 잡아놓은 물고기로 여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삼성의 투자가 국가간 이벤트로 엮이면서 더 많은 혜택을 제공받을 여지가 생겼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도 이번 회담서 투자를 약속한 우리 기업에 세제 등 투자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이에 미국측도 추진 중인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설비투자액 40% 세액공제 등) 혜택이 우리 기업에도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지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 간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서울=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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