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했지만 완제 원료를 나눠 담는 단순 병입 수준이기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평했으나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기대를 모았던 '백신 스와프'가 결국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의 백신을 먼저받고, 이후 한국이 백신을 생산해 되갚는 백신 맞교환을 뜻한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백신 스와프가 이뤄질 경우 백신 수천만회분이 조기 공급되고, 예방접종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백신 스와프는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장병 55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교실 교수는 "백신 스와프를 통해 최대한 백신을 조기에 도입하고, 집단면역 시기를 오는 11월에서 조금이라도 앞당겨보자고 했는데 결국 백신 스와프가 실패했다"며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나마 삼성바이오가 오는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수억회분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트였으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가 맡은 역할은 백신 생산공정의 마지막에 원액을 주사기에 충전하고, 포장하는 '완제생산(Drug Product·DP)'이기 때문이다.
노바백스의 백신 원천기술을 기술이전받아 백신 생산부터 공급까지 모두 맡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는 다른 형태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 생산분을 국내에 공급할지 여부는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계약이 모더나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의 위탁 생산 물량이 삼성바이오를 통해서 생산되더라도 이 물량의 국내 공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단순 병입을 하는 것이라면 삼성바이오가 왜 동원 된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모더나가 벤처회사로 백신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백신 생산의 마지막 과정을 삼성바이오가 대신해주는 형태"라며 "삼성바이오가 백신회사로 대전환할 것도 아닌데도 생산공장 일부를 비워 병입을 하는 것으로 교체한 다음 다시 원상복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방역당국은 삼성바이오 생산분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백신도입사무국장은 "DP 위탁계약 체결을 통해 국내에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위탁생산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한 백신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사와 협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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