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美투자 떠밀린 '삼성', 득일까 실일까

머니투데이 워싱턴=공동취재단 , 서울=오문영 기자 | 2021.05.23 16:5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후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 주정부들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단 투자부터 약속한 것이다.

선제적인 투자 계획 발표가 삼성전자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한 업계 의견은 갈린다. 투자 계획을 무르기 어렵게되면서 향후 이어질 미국 주정부들과 세금감면 협상에서 삼성이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삼성의 투자가 국가간 이벤트로 엮이면서 더 많은 혜택을 제공받을 여지가 생겼다는 시각도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IT(정보통신) 산업 발전에도 대단히 중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고 말했다.

170억 달러는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파운드리는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사업인데 구글과 애플 등 고객사와 퀄컴, AMD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가 있는 미국은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업계는 삼성이 미국에 5㎚(나노미터) 중심의 첨단 공정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김 부회장은 파운드리 증설 후보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주정부들과의 협상이 진행중"이라며 "후보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투자 약속을 해버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를 두고 미국 현지 후보지를 검토해 왔다.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 미국 주정부를 상대로 89억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효과와 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는 점을 내세워 세제 혜택 등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텍사스 주정부와는 향후 20년간 9억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 감면을 놓고 최근까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로 삼성전자가 협상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미국에서 만족할만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국내로 시선을 돌릴 것이란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라며 "투자 계획 발표에 인센티브 조건 등도 내걸지 않으면서 투자를 무르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선 잡아놓은 물고기로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별기업에서 추진하던 사업들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가 대 국가의 이벤트가 됐다"면서 "미국 정부도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필요한 사업이자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투자를 약속한 우리 기업에 세제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이에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추진 중인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설비투자액 40% 세액공제 등) 혜택이 우리 기업에도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지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 간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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