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은과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지난달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 내용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몇 참석자들은 "경제가 FOMC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할 경우 언젠가는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테이퍼링을 시사한 것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로 처음이다. 테이퍼링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 단계로 해석된다.
시장은 다음 달 미국이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 하반기에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신할 신호로 인지했다. 윤여삼 메리츠 종금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정상화라는 논리를 들고 금융시장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할텐데 (한국은) 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미국이 연내 11월 정도에 테이퍼링 선언을 할 수 있는데, 우리도 올해 안에 금통위에서 소수의견 정도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은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매입 중인데 오는 7월 말에 미국 부채 한도가 부활할 경우 현재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1조달러 자금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며 "대규모 유동성을 빨리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면에서 테이퍼링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를 잡으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전체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점이 한은의 딜레마 지점이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2차 접종을 마쳤고 미국과 영국도 접종률이 30%를 넘긴 것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한자릿 수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며 소득이 준 것도 걸림돌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3% 준 277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이 포함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용의 질 양극화와 더불어 금융 불균형도 한은의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급작스러운 통화정책 전환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한은의 기본 입장이다. 현재 물가 상승이 수요 측면보다는 원자재와 농·축·수산물 등의 공급 측면에서 발생했고, 전년대비로 수치를 산출해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이 성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기준금리 인상시에는 물가 뿐 아니라 금융안정 요소 등을 고려했다"며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 영향을 주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 종료 등 이벤트를 앞두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번 금통위에서 물가상승과 금융 불균형 우려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 정책을 본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매파' 분위기가 점차 확산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성장률과 물가 모두 당초 예상보다는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물가 지표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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