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툭하면 가게 앞에 차 대놓고 연락두절…'영업방해'일까?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 2021.05.22 04:10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툭하면 가게 앞에 차를 대놓는 SUV 운전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게 문 앞에 떡하니 차를 대놓고 사라지니 손해가 막심합니다. 덩치 큰 차량에 가려 가게가 거기 있는지조차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짐을 싣고 내리기도 불편합니다. 그런데 운전자 B씨는 차를 빼달라고 연락을 해도 답이 없습니다.

A씨는 참다 참다 B씨에게 경고성 문자를 보냈습니다. "정당하게 장사하는 가게 앞에 차를 세우는 건 주정차 위반이 아니라 영업방해. 한 번만 더 주차하면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게 문 앞에 무단 주차를 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B씨, 영업방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가게문 앞 주차' 업무방해일까?

형법은 흔히 영업방해로 불리는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규정해 처벌합니다. 폭행이나 협박 등 유·무형적인 힘을 사용했다면 위력, 상대방을 속이거나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각각 성립합니다. 주차를 통해 타인의 영업을 방해한다면 이중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볼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자신의 행동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인식과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즉 B씨가 일부러 A씨 가게 앞에만 차를 대서 영업을 방해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만약 B씨가 "정말 댈 데가 없었다"거나 "가게 앞에 대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한다면 혐의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A씨가 문자를 통해 강경한 대응 의사를 밝힌 만큼 이후에도 B씨가 계속 주차를 한다면 의도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것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차로 인한 업무방해 유·무죄 판단에선 차주의 고의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2019년 건물 신축공사 공사장 통로에 1시간 반 가량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세워둬 공사를 중지시킨 CF감독에게 업무방해죄가 인정,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적이 있는데요.


CF감독 측은 "차를 빼주려면 오르막길에서 후진을 해야 하는데 차 상할까봐 못 빼준 것이지 업무방해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오르막길 경사가 그렇게 심하지도 않고 차를 굳이 공사장 옆에 둘 이유도 없다"며 CF감독에게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정1070)

◇가게 앞이 사유지 아니라면…

이번 사연에 일부 누리꾼은 "B씨는 오히려 '도로가 다 당신 거냐?"며 A씨에게 불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B씨가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긴커녕 오히려 A씨를 원망할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그러나 B씨의 이런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사연 속 사진을 보면 A씨 가게 앞은 일반 도로로 추정됩니다. 황색 실선 등이 있다면 주정차금지구역 주차로 신고가 가능하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 가능한 공공 시설입니다. 이는 A씨 가게 앞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도의적으로 남의 가게 문 앞을 막고 차를 대는 행위를 지양하긴 하지만 가게 앞 땅까지 A씨 사유지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B씨 행동을 제지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적법하게 B씨 주차를 막으려면 도로관리청에서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도로점용은 도로의 일부 구역 안에서 공작물·물건·기타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특정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인정됩니다. 아울러 도로점용허가를 받으면 점용한 토지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지만 동시에 사용료도 내야 합니다. (도로법시행령 제55조) A씨의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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