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처녀보살까지 동원…'고 손정민 사건' 이용하는 유튜버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1.05.21 07:00

"누가 봐도 사람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저렇게 나타났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서울 한강공원에서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손정민씨(22) 사건과 관련해 일부 유튜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면서 조회수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부 유튜버가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어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1일 유튜브에는 '무당이 바라본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 '무당 점집 처녀보살, 반포 한강공원 의대생 단순 익사가 아닌 확실한 타살' 등 영상이 올라와있다. 자극석인 섬네일과 내용으로 해당 유튜버들은 조회수와 구독자 수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손씨 사망 사건에 다른 공범이 있다거나 익사가 아닌 타살이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이와 함께 '누군가 뒤에서 손정민을 주사기로 찔렸다', '남성들이 손씨를 들어 물에 빠트렸다'는 내용도 있다.

한 유튜버는 정민씨의 영혼이 한 방송사 뉴스 영상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저렇게 나타났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6만회를 넘어섰다.

또 다른 유튜버는 "골든건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온라인 게임과 관련된 용어였다"며 "동석자 A와 중고생 3명이 손정민씨 한명에게 린치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 조회수는 49만회에 달한다. 또 정민씨와 함께 있던 친구에 대한 신상털기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사기관 불신케 하는 일부 유튜버의 여론몰이..."올바른 판단 방해해"


전문가들은 이런 거짓 정보 유포가 수사기관이 진실을 밝혀내는 데 도움은커녕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해 수사기관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뉴스'인 것처럼 만들어 퍼뜨릴 때 가장 큰 문제는 사건의 사실이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혼란을 주는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형성되면 경찰이 객관적인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음모론에 묻혀 아무도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유튜버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회적 혼란이 생기던 말던 관심 없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하는데 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여론을 왜곡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계속 하는 것"이라며 "이들과 이들 영상이 올라가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비로소 자정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잘못도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유튜버들은 수사기관과 언론을 불신하도록 만들어 '우리밖에 믿을 데가 없다'는 식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전형적인 사이비교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추정에 불과한 내용을 과도하게 기사화한 기자들도 잘못이 있다"며 "그런 기사들이 경찰을, 또 기자 자신을 불신케 만들었고 사람들은 믿을 만한 존재를 찾아 유튜브로 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유튜버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한 기사도 있었다"며 "무리한 추정보도를 하는 유튜버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역할을 기자들이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