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그들은 왜 헤어졌을까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대표 | 2021.05.24 04:41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는 물론 지적인 면에서도 완벽히 소통되고, 더욱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까지 부족한 게 없는 등 '평생의 해결사'가 돼줄 수 있을까요. 이런 커플이 지구상에 없지는 않겠지만 대단히 드물 것입니다.

현대사회 이전에는 사랑과 성, 가족이 따로 움직여도 문제될 게 없었지만 지금은 이들이 모두 한 사람에게 집중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 해체되고 이혼을 합니다. 현대의 결혼제도는 그래서 대단히 난해한 수행과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네 번째 부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이혼을 선언했습니다. MS에서 창업자와 마케팅매니저로 만나 7년을 연애하고, 27년의 결혼생활 중 3명의 아이를 두고, 2000년 이후에는 세계 최고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세워 질병과 기아퇴치, 교육기회 확대 등에 헌신했습니다. 최근에는 백신개발 등 코로나19 극복에도 앞장선 커플이기에 이들의 파혼은 충격적입니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커플은 '잉꼬부부'에 그치지 않고 아내 멀린다는 독점자본가 이미지였던 남편을 기부왕으로 만들었고, 빌 게이츠는 아내의 자선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등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도 서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누구에게나 롤모델이 되는 이상적 커플로 평가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이들마저 이혼한다면 어떻게 결혼에 대한 희망을 품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혼을 발표하면서 더이상 함께 성장할 수 없어 결심했다고 밝힐 뿐 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지만 외신은 여러 이유를 내놓습니다.

빌 게이츠는 이혼을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자신의 골프친구들에게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며 사실상 별거 중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결혼 후에도 예전에 만난 여자친구와 관계를 지속했고 사내 여성 직원과 오랜 기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빌 게이츠는 소아성애자인 백만장자 엡스타인과 지속적으로 만나 멀린다를 분노케 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빌 게이츠는 외도를 했고 변태적이기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이들 부부는 재단의 연례서한을 공동작성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투는 등 빌 게이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멀린다의 긴 여정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커플은 부부로서 27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고 더욱이 재단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 파트너로서 오랜 기간 함께했지만 사랑의 파트너로서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최고의 지성 빌 게이츠는 왜 외도를 했을까요. 그는 왜 변태적이기까지 했나요.

인생을 살다 보면 한때 찬란하고 대단하게 여겼던 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놀랄 만큼 빛이 바래고 초라하게 보여 뒤늦게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부부관계나 연인관계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되는 순간 다른 사람, 다른 삶을 동경하고 다른 가능성이나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됩니다. 외도는 부부나 연인이 서로의 맹세와 믿음을 깨버렸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어떤 비밀의 모험을 통해 결혼과 애정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빌 게이츠도 그랬을 것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늘 예의 바르고 반듯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 내에서 살아가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내밀한 자아를 드러내는 탐욕적이고 변태적인 행위는 인간을 더 흥분시킵니다. 소아성애 같은 변태는 상호성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이해가 됩니다. 빌 게이츠도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인생은 무상(無常)입니다. 어떤 것도 항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결혼생활이 신혼 때처럼 똑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착각입니다. 시간 앞에서 모든 사랑은 패배자입니다. 결혼생활이 힘든 것은 우리가 결혼생활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결혼 자체가 가진 성질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커플도 예외가 아닙니다. 게다가 146조원이나 되는 재산은 그들이 이혼을 결정하는 데 촉매가 됐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나눌 재산이 없어 헤어지고 싶어도 못하고 그냥 삽니다. 사랑이 넘쳐나는 5월에 빌 게이츠와 멀린다 커플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