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100년 소프트웨어 기업'을 기대하며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 2021.05.21 05:39
디지털 시대, 주도권 경쟁의 바로미터는 바로 SW(소프트웨어)다. 때문에 SW의 중요성은 국민 누구나 인식한다. 몇 가지 통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IMF 외환위기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앞둔 2000년, 당시 국내 SW 생산액은 10조7400억원이며 SW기업체 수는 5900개사, 종사자 수는 9만6000여명이었다. 20여년이 흐른 2019년 기준으로 SW 생산액은 4.6배 성장한 60조원에 달하고 기업체 수는 3.6배 증가한 2만7000여개사, 종사자 수는 2.5배 늘어난 34만여명으로 확대됐다. 경제규모는 어떤가. 2000년 경제규모는 820조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1600조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경제규모가 2배 이상 커진 데 비해 SW산업은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내실은 어떨까. 여러 지표 중 SW산업의 키플레이어들을 20년 전과 비교해보자. 그 결과 2001년 매출 상위 국내 100대 SW기업 중 20년 후 생존한 기업은 48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안정적인 물량을 보유한 그룹 계열의 IT(정보기술)서비스기업을 제외한 순수 독립 SW기업은 30곳에 그쳤다.

그나마 규모 있는 기업이 이럴진대 평균적인 SW기업들은 어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조사에 따르면 SW창업기업의 57.6%가 5년 내 폐업했고 10년 이상 버틴 기업은 15%, 20년 이상 기업은 0.3%에 불과했다. 즉 현재 2만7000여개 SW기업 중 20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단순 수치상 80곳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5년 내 생존율은 2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기업을 창업하면 급격한 자금위축, 강력한 경쟁자 출현, 신기술 등장에 따른 시장변화 등 여러 이유로 5년 주기로 고비가 찾아온다. 문제는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통과할 때 적절한 외부지원이 없으면 완전히 쓰러진다는 점이다.


앞서 제시한 수치처럼 국내 SW기업들은 5년마다 고비를 맞고 많은 기업이 10년을 못 버티고 사라진다. 우리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벤처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이 늘 우선순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외관상 벤처창업이 단기간에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어김없이 벤처지원책이 쏟아져나온다. 벤처육성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금은 부족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플레이어들에 대한 정책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일정규모, 일정업력, 일정매출을 거두면서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는 기업들에 시의적절한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 컴퓨터가 도입된 게 1960년대 후반이다. 당시 컴퓨터 시대를 개척한 SW기업 가운데 6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며 생존한 기업은 10곳 미만이다. 반짝이는 '스타' 기업을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50년, 100년 이상 '저력의 역사'를 가진 SW기업이 수백 곳 등장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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