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언어' 버리기 1년, 국민은행 1425개 문구 '고객' 중심 개편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21.05.27 10:15
#KB국민은행 디지털 부문 직원 김안내(가명) 대리는 모바일 뱅킹 알림란에 글을 올리기 전 '고객언어 관리 프로그램'에 다음의 문구를 입력했다. '발급수수료가 부과되는 증명서에 한하여 당일 발급건에 대해 재출력을 제공합니다'. 프로그램은 '발급수수료가 발생하는 증명서는 발급한 당일에만 다시 출력할 수 있습니다'라고 수정해줬다.

KB국민은행이 2019년 11월 개발하고 지난해 2월부터 현장에 도입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올 상반기 'KB스타뱅킹' 앱에서만 407개 문구를 교정했거나 교정대상으로 분류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1018개를 더하면 모두 1425개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공급자인 은행원 언어를 고객 언어로 바꿔 고객 편의를 높이고 금융을 보다 친숙하게 느끼게끔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지나치게 사무적이거나 몇 번을 읽어봐야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법한 말을 쉬운 말로, 마치 읽어주듯 교정해준다.

예를 들어 △'~제공합니다'는 '~받습니다'로, △'고시'나 '통보'는 '안내'나 '알림'으로 대체한다. △'내점', '차기' 등 일본식 표현은 '방문', '다음' 등 우리말로 바꿔준다. '영업점', '지점', '창구' 등은 '지점'으로 통일했다. 고객이 주로 '지점'을 검색한다는 통계에 근거를 뒀다.


또 행위의 중심이 은행이 아닌 고객이 되도록 했다. '~노후준비지수를 제공해드립니다'를 '~노후준비지수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환전금액이 1일 최대 150만원 상당액 초과한 경우 거래가 제한됩니다' 같은 수동형 표현은 능동형인 '1일 최대 150만원까지만 환전할 수 있습니다'로 바뀌었다.

고객들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KB스타뱅킹 이용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내점' 등 일본식 표현이나 불필요한 한자를 '방문'으로 바꾼 데 대해 72%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증여에 의하여' 등 늘어지는 표현을 '증여받은'처럼 간결하게 한 부분에서도 68%가 호평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모바일뱅킹의 언어 교정에 집중해왔다면 하반기에는 PC 기반 인터넷뱅킹으로 교정 대상으로 확대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라며 "표준 문법에 근거해 권위적이지 않고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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