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해수부는 박 차관의 후임으로 엄기두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1966년생인 엄기두 실장은 1993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해수부 기획재정담당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장, 해양산업정책관, 해운물류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7~2010년에는 러시아연방 대사관 참사관으로 파견돼 국제 경험도 갖췄다. 2019년 9월부터는 수산정책실장으로 일했으며 올해 1월 기획조정실장 보직을 맡았다.
엄 실장이 새 보직을 맡은 지 4달만에 차관으로 승진한 것은 박준영 전 차관의 장관 후보자 낙마에 따른 것이다. 박 차관은 지난달 16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인이 고가의 도자기를 불법 반입해 판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영국대사관 근무시절 중고시장에서 산 찻잔과 그릇 등을 외교행낭이 아닌 이삿짐으로 포장해 세관을 거쳐 정식으로 국내에 반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인이 소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도자기 밀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박 차관의 부인이 도자기를 판매한 금액은 1년 반 동안 320만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산업계·항만업계·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일 잘하는 박준영 장관'의 필요성을 외치며 인사청문회 통과를 요청했으나 야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반대로 보고서 채택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결국 박 차관은 지난 13일 후보자 직을 사퇴했다. 당시 박 차관은 "(도자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수부 내부에선 그동안 신망이 두터웠던 박 차관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18일 별도의 이임식도 없이 정부세종청사를 떠나는 박 차관을 배웅하던 일부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박준영 차관이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될 당시 '실장씩이나 됐으니 부끄럽게 일하진 않겠다'고 말하던 게 기억난다"며 "야당의 임명 반대로 국정에 혼란을 끼치고, 정부와 청와대에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해 자진사퇴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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