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지역 산업의 메카로… 연구부터 재교육까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21.05.20 06:05

[산학협력 10년을 돌아본다ㅣ②지역사회 혁신]

편집자주 | 올해는 교육부가 산학협력 지원에 뛰어든 지 10년이 되는 해다. 정부는 2012년 산학협력을 중심으로 대학 교육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산학협력선도대학(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이하 링크)' 육성사업을 시행했다. 기존 산학협력 사업을 통합한 '매머드급'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었다. 지금껏 링크·링크플러스 사업에 투입된 재정만 연간 2000억원(일반대 기준)에 달한다. 지원 대학은 2021년 기준 일반대 75개교 전문대 55개교 등 총 130개 대학이다. 그간 대학은 얼마나 체질을 개선했을까. 산학협력의 흐름을 짚어보고 향후 나아갈 길을 제안해본다.

링크 사업의 목표는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다양한 산학협력으로 산업체와 지역사회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링크 사업 참여 대학 기업지원 실적을 보면 산업체 공동 연구 건수는 2014년 3510건에서 2019년 477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술 이전 수입료는 259억원에서 390억원으로, 가족회사 수는 4만8992개에서 7만777개로 대폭 늘었다.



부산해양대 "지역 기업이 주문한 재교육 커리큘럼으로 성장 시너지"



부산에 위치한 한국해양대는 2013년 산학협력가족회사로 가입한 파나시아와 재직자 교육커리큘럼 등으로 시너지를 낸 경우다. 파나시아는 조선해양기자재 및 친환경 설비를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파나시아는 2016년 조선산업 수주절벽으로 연매출과 종업원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는 한국해양대 링크플러스 사업단과 친환경 스마트선박 기술포럼 개최, 공동연구 등 기술혁신활동으로 위기를 타파했다. 특히 회사의 전환기에 실시한 한국해양대 재직자 교육은 회사가 처한 고민을 해결해줬다. 한국해양대는 파나시아의 요청에 따라 재직자들을 위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적용한 '제조업와 서비스업의 융합' 맞춤형 기술지원, 현장방문 품질관리 교육 지원, 글로벌 마케팅 등의 커리큘럼을 각각 15~20회 가량 진행했다.

"저희 회사는 업력이 32년된 기업입니다. 5~6년 전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조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죠. 아무래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 친환경 조선해양 기자재 제조 등 새로운 시도를 꾀하려는 우리 회사 목표를 직원들에게 알려야 하는 시기였죠. 이 때 해양대에 관련 커리큘럼을 주문했고 수차례 교육 끝에 많은 직원들과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업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내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동기를 부여해 준 셈입니다."(천상규 파나시아 연구소장)

사원 재교육을 바탕으로 파나시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BWTS(선박평형수 처리장치), Scrubber(황산화물 저감장치), SCR(질소산화물 저감장치) 등 선박용 친환경 제품과 더불어 선박에 설치된 제품들의 운용 상황을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위성관제시스템을 개발해 새로운 활로를 뚫었다. 실제로 2017년 대비 2020년 연매출 약 791%, 고용 약 222%가 증가했다.

자료제공=한국해양대


'힙지로' 청년 창업가 불러모았다… 을지유니크팩토리


최근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힙지로'. 개성 있고 신선함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힙(hip)'과 '을지로'가 만난 표현이다. 을지로는 낡은 인쇄골목에서 어느덧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관(서울 중구청)·학(동국대)이 만나 탄생한 '을지유니크팩토리'가 있다.

지난해 10월 을지트윈타워 지하 2층에 개관한 이 곳은 중구청이 20억원을 들여 시설 제공, 장비 구축을 책임지고 동국대 링크플러스사업단과 동국대 창업원이 3억5000만원을 투입해 창업인큐베이팅이나 메이커스페이스 등과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소다. 말하자면, 을지로를 기반으로 한 창업가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랑방'같은 장소다.

개소 이후 총 75회의 교육이 이뤄졌고 1321명이 방문했다. 동국대 링크플러스사업단 관계자는 "을지로의 지역적 특색에 맞춰 영상과 인쇄에 특화된 창업자 지원사업을 돕는 곳"이라며 "3D프린터 등을 갖춘 시제품 제작실, 도심제조업 및 문화 콘텐츠 인력양성, 취창업 인프라 지원, 시제품 제작실 및 장비 운영(메이커스페이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4학년생이자 현제작소의 대표인 김현수씨(28)는 이곳에서 키보드살균 모니터받침대를 개발, 일본 펀딩대행 기업인 'DJP'에 납품까지 성공했다. 김 대표는 "유니크팩토리 설립 초기 이 곳에 설치된 전자제품 관련 테스터기나 3D프린터 등 실험실 급의 장비들을 무료로 이용했다"며 "이런 안정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창업이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을지유니크팩토리는 을지로 일대에 집적한 도심 제조업과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청년층이 결합하는 공간"이라며 "창업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을지유니크팩토리 내부. /사진제공=동국대


기업 실험 돕고 수익 올리고… 지역 시장 홍보하고 재학생 실력 늘고


링크 사업이 직접 지역 소상공인을 도운 사례도 있다. 국민대 학교기업인 할(HAL)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링크플러스 사업의 일환인 산학연계교육 수강생과 함께 인근 정릉시장 80명의 소상공인들을 홍보하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했다. 할엔터테인먼트는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을 중심으로 2016년 설립된 국민대 1호 학교기업이다.

재학생 10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도울뿐 아니라 학부생들이 외부 현직자 전문가(강사)들과 협업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제작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역 사회 기여가 산학협력이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단국대(천안캠퍼스) 링크플러스사업단은 연간 교비 4억원 이상을 투입, 2008년 설립된 공동기기센터에 기업맞춤형 이·화학 장비를 확충해 이 곳을 지역 기업 R&D의 거점으로 만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마스크, 진단키트) 장비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옵토레인 등 관련 기업들의 실험·신제품 개발을 지원했다. 그 결과 분석장비 수입금만 지난해 12억4000만원을 달성하여 대학과 가족회사 간 선순환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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