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업계는 '기대半 우려半'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황국상 기자 | 2021.05.19 05:52

'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이하 K택소노미) 초안이 나왔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친환경 사업의 방향성을 정부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느렸던 만큼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우려도 나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따른 방향성에는 동감하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각 기업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달 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및 적용 가이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으로 녹색채권을 비롯한 여러 녹색금융 활동에 K택소노미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녹색 활동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U에서도 기준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K택소노미 역시 너무 촘촘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며 "갑자기 기준이 엄격해지면 녹색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확 좁혀지면서 기업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각 기업이 녹색채권을 발행할 때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규정을 활용해왔다.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이전과 달리 K택소노미가 도입될 경우 그동안 녹색채권 시장이 자체가 움츠러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기업의 친환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에서는 분류체계와 수치 기준을 정확히 마련한 뒤 대기업과 금융사에 경제활동, 보유자산의 녹색기준 부합 비율을 강제로 공개하도록 했다"며 "기업과 투자자가 분류체계에 따라 각 기업의 친환경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정보가 2030년 이후에 공개가 된다"며 "구체적 수치가 없는 데다 강제 공개가 안 된다는 측면에서 아직 K택소노미의 영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UNEP FI 주관으로 KB금융을 포함한 26개 금융기관이 택소노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판단 기준을 뒷받침할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K택소노미를 단순한 규제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야 실제 효과도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나치게 규제 측면이 강조되면서 그동안 ESG에 관심이 없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해가 생기고 실제 효과도 떨어지는 것 같다"며 "오히려 돈이 몰리는 친환경 쪽에서 기업 경쟁력을 살리고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택소노미는 주요 정부부처와 산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올 상반기 중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용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등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제 초안이 나왔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인 만큼 충분히 보완해나갈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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