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패션플랫폼 지그재그가 카카오의 품에 안기고 신세계가 W컨셉을 인수한 가운데 무신사는 지난 17일 29CM·스타일쉐어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카카오, 신세계, 무신사가 차례로 수천억원대 거래액을 보유한 플랫폼을 인수함으로써 여성 패션테크 시장 점유율을 단박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브랜디에 1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신상마켓 등 동대문 도매 플랫폼과 명품 플랫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지분 투자를 통해 플랫폼 전쟁에 간접으로 뛰어든 상태다.
패션테크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이들 플랫폼에 유통·테크 대기업의 자금력과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여성 패션테크 '춘추전국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지그재그, W컨셉, 29cm, 브랜디, 에이블리 등은 모두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분류되지만 각각의 특성과 강점이 다르다.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와 네이버가 투자한 브랜디는 일명 보세 의류(비브랜드 의류)를 취급하는 셀러들이 입점한 곳이다.
카카오가 인수한 패션플랫폼 지그재그(크로키닷컴)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10대와 20대 탄탄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해 올해 연 거래액 1조원이 예상되고 있다. 지그재그의 강점은 1020 고객을 다수 확보했으며 거래액 기준 여성 패션 스타트업 가운데 최상위권이라는 점이다. 동대문 보세 의류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브랜디, 에이블리와 함께 20대 여성들에 보세 여성의류 '3대 쇼핑몰'로 꼽힌다. 네이버가 투자한 브랜디는 일찍부터 풀필먼트(종합물류)에 투자한 곳으로 '하루배송'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가 인수한 W컨셉과 무신사가 인수한 29CM는 모두 패션 브랜드만 취급한다. 배송 또한 브랜드에서 자체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백화점과 명품 소싱에 강점을 가진 신세계(SSG닷컴)는 W컨셉을 인수함으로써 W컨셉의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W컨셉의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포지션을 갖췄다. 무신사 역시 철저하게 브랜드 의류만 취급하던 플랫폼으로 29CM를 인수함으로써 그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간주됐던 여성 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해 지그재그를 운영할 방침이다. 즉 카카오커머스의 패션 부문과 지그재그가 유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그재그는 카카오의 쇼핑 자회사 카카오커머스의 신사업 '카카오쇼핑'의 선두에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빠른 사용자수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신사는 스타일쉐어, 29CM를 플랫폼별 고유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무신사는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 동반성장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스타일쉐어·29CM 입점 브랜드까지 확대하고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풀필먼트(종합물류) 센터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오프라인 패션 시장은 초토화됐지만 패션 e커머스 시장은 연 100% 넘는 거래액 성장을 보였다. 특히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조차 장악하지 못한 '쇼핑1번지' 패션테크 분야에서 △스타일 추천 △종합물류 △서비스를 둘러싼 '패션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 또한 패션 e커머스 장악을 위해 전방위적 투자를 늘리고 패션쇼를 지원,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중이다.
한편 지난해 패션플랫폼 가운데 무신사의 거래액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그재그(8500억원), 에이블리(3800억원), W컨셉(3000억원), 브랜디(3000억원) 등도 급성장했다. 이들 오프라인 패션 브랜드 매출이 급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패션영역에 특화된 이들 버티컬 플랫폼 업체의 매출은 평균 20~5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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