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지보험 '보험료 깎기' 경쟁…금융당국, 점검 강화한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21.05.17 14:56
금융감독원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금융당국이 최근 손해보험회사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이하 무·저해지보험) 과당경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예정 해약률을 높게 잡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낮춰 파는 경쟁이 불 붙었는데, 실제 해약률이 이보다 낮으면 추후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1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5개 손보사 상품 담당 임원들과 현안 회의를 갖고 무·저해지보험 판매와 관련해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당국은 앞서 손해보험협회를 통해서도 한 차례 지나친 경쟁을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무·저해지보험은 중간에 해지하지 않고 납입 기간까지 보험료를 다 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기본형 상품과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중간에 해지하면 수백만~수천만원을 냈더라도 한 푼도 돌려받지 못 하거나 거의 못 받지만 유지할 경우 환급률이 높다. 일부 보험사들이 높은 만기환급금을 내세워 무·저해지보험을 저축성 보험상품인 것처럼 파는 일이 생기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업법을 개정해 무·저해지 보험의 상품구조를 바꿨다. 납입 만기 후 환급률이 표준형 보험 이내로 설계되도록 제한해 환급금이 더 많이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사실상 무해지 저축성 보험은 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에서 발생했다. 일부 손보사들이 올 초부터 예정 해약률을 높게 잡는 방식으로 무·저해지보험의 보험료를 최대 20%까지 할인하면서 보험료 할인 경쟁이 촉발됐다. 통상 40세 가입자에 대해 해약률을 5%라고 가정하면 2%일 때보다 보험료가 50% 정도 낮아진다. 반면 보험사가 쌓아야 하는 책임준비금은 보험료를 낸 지 5년 된 계약이면 해약률을 3%로 잡을 때 2%로 잡는 것보다 책임준비금이 15~40% 가량 떨어진다. 공격적으로 높은 해약률을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만 해도 소형사 위주로 가격 경쟁을 하다 올 들어서는 2위권 회사들까지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과당경쟁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1980년대 캐나다 보험사들은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최종 해약률을 평균 1~4% 수준으로 가정했는데 실제 해약률은 1~2% 수준이었다. 실제 해약률이 예정 해약률보다 낮으면서 보험사에 손실이 발생했고 보험료를 높일 수 밖에 없었다. 또 책임준비금 부담도 늘어 당시 재무여력이 취약한 일부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민원도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만 강조하다가 중간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거의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할 수 있어서다. 특히 보장성 보험은 해지율이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10년이 지난 시점의 보험 유지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무·저해지 보험은 '양날의 검' 같아서 중간에 해지를 많이 하면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해지를 많이 안 하면 보험사가 큰 부담을 지는 구조"라며 "납입기간 후반의 최종 해약률이 손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판매 시점에 당장 리스크가 드러나지 않지만 과당경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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