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예일대학 교수가 2004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내린 평가다. 탄광에서 유독가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나리아를 통해 광부가 위험을 감지했듯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읽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의미다.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도 지난달 30일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한국을 '세계 경제의 풍향계'라고 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COVID-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세계 주요국 경제의 긍정적 전환을 예고했다.
한국 수출입 통계는 미국 취업자 수와 소비지출, 중국 생산자 물가지수(PPI),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등과 함께 블룸버그의 '12가지 글로벌 경제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세계 경제 전망 6개 주요 지표' 중 하나로 한국의 무역통계를 꼽았다.
한국 경제의 향방에 세계 경제의 이목이 쏠린 이유는 '연결성'과 '속보성'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입 통계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치인 무역의존도는 63.51%이다. G20국가들 중 독일(70.81%)에 이어 2위다.
페섹은 지난달 칼럼에서 한국 수출이 중국뿐 아니라 회복 초기에 있는 미국과 유럽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수출 증가세는 이달까지 이어지며 7개월 째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41.1% 증가했다. 주요국의 지표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인 구매관리자지수(PMI=기준 50)는 유로 지역에서 지난달 62.9로 3개월째 상승했다. 서비스업 PMI(50.5)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만에 기준치를 상회했다. 마국에서 3월 개인소비지출(3.6%)은 2월(-1.2%)에 비해 큰 폭 증가했다.
통계 속보성도 한국 무역지표가 세계경제의 풍향계인 이유다. 관세청은 매달 수출 통계를 10일 단위로 발표하고 국가통계 시스템이 체계화돼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2018~2019년 OECD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 디지털 우선 정부 1위, 데이터 기반 정부 3위를 차지한 결과다.
한국 경제가 한 발 앞서 세계 경제 회복 조짐을 전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이 수출을 견인하고 있고 주요 수출대상 지역인 중국, 미국, 유럽 등으로의 수출이 1월부터 고루 증가세로 전환된 점도 긍정적이다. 이 활기를 구성원 모두가 느끼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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