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남기고 떠나는 그 사람…"포스트잇은 실패작"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21.05.15 05:31

스펜서 실버 80세로 별세…강력접착제 개발중 나온 '마이크로스피어' 결국 혁신으로

/사진=게티이미지
세계적인 문구용품 '포스트잇'을 발명한 화학자인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가 별세했다. 향년 80세.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3M은 실버가 지난 8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실버는 심장 질환을 앓아왔다고 그의 부인인 린다 실버가 전했다.

실버가 발명한 포스트잇은 20세기 창의적인 발명품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그 개발 과정은 '끈기'를 통해 실패를 '혁신'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M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포스트잇 개발 사례를 기리면서 "인내와 끈기는 아이디어를 되살리는 데 있어 영감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3M의 화학자였던 스펜서 실버(왼쪽)와 그의 동료 아트 프라이(오른쪽) /사진=3M 홈페이지
1970년 3M의 연구원인 스펜서 실버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강력하기는커녕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거리지 않는 이상한 접착제를 만들게 된 것. 표면에 가볍게 붙었지만 단단히 붙지는 않았다. 3M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것은 '접착력은 유지하지만 탈부착 특성이 있어 표면에서 쉽게 떼내어지는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s)'였다.

실패에 개방적인 3M의 문화에 따라 그는 이 실패한 발명품을 사내 기술 세미나에 보고했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의 발명품에 대한 용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이다. 실버는 "저는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Mr.Persistent'(집요한 사람)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실패작'이 빛을 본 것은 다른 동료를 만나면서다.


역시 3M의 연구원으로 사무용 테이프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던 아트 프라이(Art Fry)는 교회 성가대원이었다. 프라이는 성가 합창을 하면서 여러 차례 불편을 느꼈다. 성가집에 자신이 불러야 하는 곡마다 종이를 끼워 표시해 뒀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표시한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당황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점에 불만을 느낀 프라이는 이를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버가 주재한 '마이크로스피어'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프라이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프라이는 실버에게 연락을 취했다. 두 명은 마이크로스피어의 용도로 사무실 안팎에서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노트에 메시지를 쓰는 것을 이야기했고, 이 아이디어는 포스트잇으로 이어졌다. 프라이는 "단순히 책갈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의사 소통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잇 /사진=3M
결국 실버와 프라이는 붙였다 뗄 수 있는 종이를 개발했고, 3M 사내에서 이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직원들은 모두 포스트잇을 좋아했으며, 1977년 '프레스 앤 필'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됐다.

출시 초기엔 그다지 흥행하지 않았지만 3M은 1980년 상품의 이름을 '포스트잇 노트'로 바꿨고,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문방구가 됐다.

실버는 1996년 3M에서 은퇴했다. 그때까지 3M에서 37건의 특허를 남겼다. 1998년엔 미국화학학회상 창의적 발명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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