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 새 얼굴을 마주하는 남다른 소화력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1.05.15 07:12
이도현, 사진제공=KBS

작품마다 얼굴을 달리하는 배우 이도현의 면면은 매번 새롭고도 매력적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아름다운 청춘의 표상을 연기한다. 환한 미소로 마주한 이도현의 새 얼굴은 다시 한번 보는 이들을 강하게 매료하고 있다.

이도현이 화수분 같은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KBS2 월화극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 연출 송민엽)은 따뜻한 감성을 지닌 복고 로맨스물이다. 가수를 꿈꾸는 서울대 의대생 희태(이도현)와 생계형 간호사 명희(고민시)의 풋풋한 로맨스가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의 순수함과 함께 잔잔한 여운을 주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자극적인 19금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장악한 가운데 만나게 된 '오월의 청춘'은 그래서 더욱 남다르다. 작품이 지닌 서정성도 탁월하지만,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에서 발산되는 케미가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한다. 밀어내는 여자와 밀어붙이는 남자의 모습은 인위적 밀당이 아닌 순애보적 사랑으로 그려지며 시청자들까지 ‘심쿵’하게 한다.

이도현, 사진제공=KBS

무엇보다 희태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가 이들의 로맨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 가놓고 음악이 하고 싶어 휴학을 한 희태는 엄한 아버지의 철저한 감시와 억압에도 요령껏 꿈을 좇는다. 서자로 태어나 온갖 멸시와 구박을 받고 자랐지만 그렇다고 삶을 비관하지도 않는다. 낙관론자에 가까운 희태는 '진흙 속 피어난 꽃'처럼 역경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야마는 건강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명희의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 수 있었다.

명희에게 다가서는 순간에도 이러한 긍정성이 묻어난다. 한 달 후면 유학을 떠나는 명희에게 "나랑 딱 5월 한 달만 만나볼래요?"라며 셈보단 현재의 마음을 따라가고, "전 명희 씨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테니까"라는 낯부끄러운 말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희태의 거침없는 직진에 절로 감탄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이젠 사랑고백도 언택트로 하는 시대인지라 이런 아날로그적 돌직구 고백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그렇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참 멋있다는 생각으로 희태를 관망하다 보면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가 이도현이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이도현은 지난 2020년 JTBC ‘18어게인’의 고우영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며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떠올랐다. 같은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의 이은혁 역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겨우 데뷔 4년차라는 사실을 곱씹어볼 때 짧은 시간 동안 이뤄낸 지금의 모습 속에 여러모로 희태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뚜렷한 목적 의식을 지닌 맹랑함 속에 건강하게 발아한 자아상 말이다.

특히 '오월의 청춘'은 희태와 명희의 사랑 이야기 외에도 캐릭터들의 각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희태 역시 남모를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 의대 재학 시절 운동권 친구들을 암암리에 치료해주던 '무면허 의사'였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고, 그에게 맡겨진 환자는 중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희태는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파르르 몸을 떨고, 아픈 이를 마주하면 경직되고 만다. 이도현은 이같은 연기도 몰입감 있게 시청자들을 화면 안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가파른 호흡, 요동치는 동공, 손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트라우마를 실제 겪어보기라도 한듯 현실감 있게 아픔의 단면을 구현해낸다. 그렇게 이도현은 희태에게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으로 '오월의 청춘'을 더욱 완성도 있게 밀집시킨다.

이도현, 사진제공=KBS

이도현은 아직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았기에 필모그래피가 빼곡히 차 있지는 않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얼굴을 달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 데뷔작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의 아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췄을 때도,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안효섭과 함께 조정부 3인방 멤버 중 하나로 활약했을 때도, 작은 역할이었지만 존재감 있게 극에 자리했다. 그리고 2019년에 만난 tvN '호텔 델루나'를 통해 그 존재감은 만개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채 장발을 한 그의 모습은 외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충분히 영롱했다. 대사가 보태진 모습들에선 보다 운치있게 인물을 구현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그는 주연도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 그해 가장 주목 받는 특급 신예가 되는 영광을 만들어냈다.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인상은 디테일에 따라 천의 얼굴로 발현된다. '18어게인'을 통해 ’고저씨(고등학생+아저씨)’라는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완성하고, '스위트홈'을 통해 이성이 지배한 인간의 날카로움을 밀도 높게 형상화했다. 27살이라는 나이를 고려해본다면 이 배우의 가능성은 참으로 무한하다. 그를 아직은 ‘명배우’ 혹은 ‘믿고 보는 배우’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쌓여가는 필모그래피만큼 자취의 굵직함이 곧 앞의 수식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 13일 백상예술대상에서 '18어게인'으로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한 그는 "신인상을 계기로 움터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이도현으로 거듭나겠다. 지금에 취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소감을 전하며 자신의 연기 인생을 다시 한번 되짚었다. 지금처럼만 나아간다면, 이도현의 이 작지만 무거운 바람은 반드시 이뤄질 걸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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