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폭행은 양부가…입양기관 '전화상담'은 양모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21.05.14 05:00
'화성 2세 입양아 학대 사건'의 양부 C씨가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화성에서 양부의 폭행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2세 입양아를 관리하는 입양기관이 양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의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차례의 상담 중 직접 방문은 한 번에 그쳤으며, 이메일·전화 상담의 대상은 양모뿐이었다.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상담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A 입양기관은 지난 3차례의 상담 중 최근 2번의 상담 모두 양모를 대상으로만 진행했다.

A 기관은 피해아동인 B양을 양부모에 맡긴지 2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양부모가 모두 참석한 첫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이후 지난 1월과 4월 각각 양모만을 대상으로 전화·이메일 상담을 실시했다. 오는 7월에 온가족이 참여한 4차상담 및 가정방문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B양이 양부 C씨의 폭행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C씨는 지난 4~8일 경기 화성시의 주거지에서 B양이 말을 듣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손과 주먹, 나무 재질의 구두주걱 등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양의 얼굴 등 신체 곳곳에는 타박상이 의심되는 멍과 뇌출혈 증세가 발견됐다. B양은 즉각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현재 구속됐으며, 양모도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입양 이후 1년 이내 입양가정을 최소 4차례 사후관리해야한다. 가정을 최소 두 차례 직접 방문해야 하며 그 중 한 번은 반드시 양부와 양모가 같이 상담에 참여하도록 해야한다. 나머지 두 번의 관리는 이메일·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형식적인 문답에 그친 사후관리


A 기관이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양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대가 방치된 셈이다. 직접 방문의 횟수를 낮게 규정한 제도적 헛점도 있지만 A 기관이 제대로 관리했다면 이번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양부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태' 이후 사후관리 관련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는 이달 10일부터 시행돼 이번 사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코로나 감염 우려'로 치러진 두 차례의 원격 상담은 형식적인 문답 수준에 그쳤다. 지난 10월의 방문 상담 보고서에서는 B양의 신체·정서 발달 부분이 상세하게 장문으로 다뤄진 반면, 1월과 4월에는 짧은 단문식으로 처리됐다. A 기관은 "애착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상 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적었다.

A기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B양의 건강이 가장 신경 쓰이며, (사후관리는) 규정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권영세 의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후 처벌도 중요하지만 입양 아동에 대한 보호가 우선 되어야한다"면서 "입양 절차에서 입양가정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고 사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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