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뇌 건강의 시대, 뇌에 근육을 만들자

머니투데이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 2021.05.11 11:06
뇌연구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엘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사는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하고, 생각만으로 핑퐁게임을 하도록 만들어 공개했는데 이는 뇌공학에 해당한다. 하지만 뇌연구의 가장 기본적 목표는 바로 '치매 극복'이다. 굳이 통계자료를 제시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치매로 고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문학 전공자로서 한국뇌연구원에 근무하면서 많은 내부 연구자들, 외부 전문가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이 갖는다. 연구자들에게 치매에 대해 물어보면 현재 과학기술 수준에서 치매 완치는 불가능하며 대신 빠른 치매 진단으로 질환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사전 예방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4가지, 즉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술, 담배를 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해라'. '독서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며, 특히 손을 많이 움직여라', '잠을 7~8시간 이상 충분히 자라'를 강조한다.

사실 '이게 무슨 예방법인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원리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소식하면서 꾸준한 운동을 하면 신체 내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만들어 지듯이, 뇌도 충분한 휴식, 꾸준한 운동과 지식습득과 같은 외부 자극이 없으면 기능이 약화된다.

그러나 적절하고 지속적인 자극이 주어진다면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뇌 기능은 촉진된다. 이와 같은 신경세포의 특징을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한다. 뇌세포는 활발한 자극을 받을 경우, 신경세포의 가지돌기가 증가하면서 세포 표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기며, 이로 인해 뇌가 더욱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극으로 인해 신경세포 가지돌기가 많아지는 것을 근육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신체 내 근육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듯이, 뇌도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자극과 운동이 없으면 그 기능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뇌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이제까지 살아온 지식과 경험을 후 세대에게 물려줌과 동시에 스스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뇌에 근육을 심어야 한다.

2009년 발표된 해외 연구논문에 따르면 실제 손을 많이 사용하는 농구선수 경우, 운동과 인지를 담당하는 소뇌가 일반인보다 더 두껍다는 결과도 있었다. 요약하면 뇌 건강을 위해서는 손을 자주 사용하며, 뇌를 자극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다. 옛날 우리 어르신들이 호두 2알을 손에 쥐고 계속 움직였던 것은 이런 학술적 내용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만성 수면 부족, 운동 부족과 더불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한 단순 주입식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30대 치매환자 등장이 낯설지 않게 된 것도 이런 생활습관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기준 약 8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2025년에는 20%를 넘어 고령 대국이라 불리는 일본보다도 더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제 60세 환갑잔치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으며, 70세를 기념하는 고희연(古稀宴)도 대부분 하지 않는다. 이런 수명연장 시대에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사회적 화두다. 노화로 인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 요소는 '뇌 건강'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뇌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발표하며, 치매 등 뇌질환 극복연구뿐만 아니라 뇌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연구와 산업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뇌를 건강하게 하며 장수하는 생활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뇌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운동과 독서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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