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옷바꿔입기, 허위실적"…10개 국립대, 학생활동비 94억 부당수령 적발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1.05.11 11:0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젼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30/뉴스1
#A대학은 직원들이 장소를 옮겨가며 옷을 바꿔 입는 방법 등으로 학생지도 활동 횟수를 부풀리는 등 허위 실적을 작성해 약 12억원의 학생지도활동비를 부당지급 받았다. B대학과 C대학 직원들은 오후 7시 전후 퇴근하고 다시 오후 11시쯤 출근해 학생안전지도 활동을 모두 한 것처럼 허위 등록하는 방법으로 각각 6700만원, 5000만원을 받아갔다.

#D대학 직원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학생 84%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는 상황에서도 학생지도비를 받기 위해 1일 최대 172명(전체직원)이 학생 안전지도를 하는 방법으로 총 7억4600만원을 지급받았다.

10개 국립대에서 교내 학생상담과 안전지도를 허위·부실 운영 또는 부풀린 실적을 등록하거나 지침을 위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생지도활동비 94억원을 부당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정 집행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지도활동비 부정수급 신고를 토대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부산대·경북대·충남대·전북대 등 전국 주요 12개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E대학과 F대학에서는 주말에 직원과 학생이 시내 음식점 또는 카페에서 3~4시간씩 멘토링을 한 것으로 실적을 제출했으나 사실을 입증할만한 객관적 증빙자료가 없거나 상담내용이 부실해도 학생지도비를 각각 20억원, 18억원을 집행했다.

G대학에서는 연구년(안식년) 중에 있거나 국외 연수중인 교수들에게 학생지도비 3500만원을 지급했고,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학생 상담으로 인정해 교직원들에게 총 35억원을 지급했다.

H대학은 지침을 위반해 근무시간에 학생면접지도 활동을 한 대가로 4400만원을, I대학은 5분 내외의 짧은 메신저(카카오톡) 대화를 상담으로 인정해 1700만원을 지급했다. 학생지도활동비 관련 실적은 점심시간, 퇴근시간 이후, 주말 등 근무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인정된다.

학생지도활동비는 과거 기성회비에서 교직원에게 지급하던 수당을 폐지하고 학생상담, 교내안전지도 활동 등 교직원의 실적에 따라 심사를 거쳐 개인별 차등 지급하는 사업비 성격의 비용이다. 개인별 연간 600~900만원 수준으로 지급되며 계획서를 제출하면 40% 지급, 실적과 평가로 추가로 지급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매년 1100억원의 학생지도비가 집행되고 있는 것을 볼 때 교육부의 감사 결과에 따라 부당 집행 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문제가 모든 국립대학들의 공통된 문제로 판단해 교육부에 전면 감사를 요구하고 일부 대학의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2008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국립대 교직원들이 학생들이 낸 수업료에서 받는 기성회회계 수당을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5년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시행으로 기존의 기성회회계 수당은 폐지하고, 국립대 교직원의 교육, 연구 및 학생지도활동 실적에 따라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립대 교직원들이 급여보조성경비로 잘못 인식하고 관행적으로 지급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국립대 교직원들의 학생지도 활동 과정에서 드러난 관리, 부실 운영 등 문제점에 대해서도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기선 권익위 심사보호국장은 "학생지도활동비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하므로 학생상담 또는 안전지도 등 학생지도실적을 대학 심사위원회에서 엄격하게 심사하여 지급하여야 함에도 부당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는 정부 보조금 및 공공재정 부정수급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현장점검, 부정수급액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2013년 10월 출범 이후 총 7984건의 보조금 부정신고를 접수 처리하고, 부정수급액 1388억 원을 환수결정 했다.

한편 교육부는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이첩을 받아 국립대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 운영실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은 전체 국립대 38개교다.

교육부는 "학생지도비의 경우 학생상담 및 안전지도 등의 참여 실적을 대학별 심사위원회에서 엄격하게 심사하고 지급해야 하나, 이번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일부 대학에서 심사·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감사 결과 확인된 부당 집행 사례에 대해 엄중 조치하고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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