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한달만에 경찰 조사…벨기에 대사 부인, 면책특권 포기할까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1.05.11 05:20
옷가게 직원의 뺨 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주한 벨기에 대사의 부인 A씨에게 경찰이 면책특권 포기여부를 확인 중이다. 만일 벨기에 정부가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A씨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 힘들다.


폭행 한 달만에 출석 조사 받은 대사 부인…"면책특권 포기 여부 확인 중"


서울 용산구 주한 벨기에대사관 앞 모습. /사진 = 뉴시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10일 옷가게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피터 레스쿠이에 벨기에 대사 부인 A씨의 면책특권 포기 여부를 최종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청장은 "주한 벨기에 대사관 측에 포기 여부를 문의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조사의 마지막 단계로 면책특권 포기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달 9일 용산구 한남동의 한 옷가게에서 한국인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해당 옷가게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던 A씨는 절도 여부를 의심하던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뺨을 때렸다. 경찰은 A씨의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등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피터 레스쿠이에 벨기에 대사는 지난달 22일 주한 벨기에대사관 SNS를 통해 "벨기에 대사는 부인에 관련된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부인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가능한 한 빨리 부인이 경찰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A씨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이유로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나 지난 6일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에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다만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관과 그 세대를 구성하는 가족인 A씨는 형사 면책특권을 가진다. 만일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A씨를 법정에 세우거나 형 집행을 하지 못한다. 벨기에 정부가 스스로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수사당국이 A씨의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최악의 경우 부인 강제추방도 가능…민사소송 요구하는 방법도"


/사진 = 뉴스1

전문가들은 A씨가 스스로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외교적 방법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사당국 대신 정부가 벨기에 외교부에 직접 A씨의 면책특권 포기를 요청하는 방법 등이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A씨가 갖는 면책특권은 한국과 벨기에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외교관과 가족의 범죄를 눈감아주기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벨기에 정부가 직접 면책특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 뉴질랜드 영사는 공무 수행 중인 경찰을 밀치고 순찰차를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리고도 면책특권을 주장해 풀려났다. 그러나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면책특권을 박탈한 뒤 경찰 조사를 받도록 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정부가 '짝퉁' 가방을 판매하던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부부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A씨의 형사 면책특권과는 별개로 피해자 측이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교관의 가족이 공적 직무 이외로 행한 직업적·상업적 활동에 관한 민사 소송은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다"라며 "피해자 측이 A씨 측을 상대로 입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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