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니얼 측은 자사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이를 인지한 지난 7일 오후 이후 모든 송유관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는 사실을 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을 감염시킨 뒤 접근을 제한해 이 제한을 푸는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인 랜섬웨어 공격 때문으로 알려졌다.
콜로니얼의 송유관은 텍사스 뉴저지 등 동남부와 동부에서 약 5500마일(약 8800km)의 송유관을 운영한다. 매일 배럴당 250만 배럴의 유류를 미국 동부 지역으로 실어 나른다. 이 지역 연료 사용량의 약 45%에 달하는 규모인 만큼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여파가 상당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번 공격이 미국 에너지 업계가 경제 개방에 따른 수요 증가를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짚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미국인들은 재택 근무를 차츰 끝내고 출퇴근을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후 첫 휴가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유류 가격이 당장 10일 중 2~3%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가동 중단히 장기화할 경우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전 세계적인 상품 가격 상승과 맞물려 인플레이션 공포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가동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면서 "이틀 정도는 평소와 다름 없겠지만 닷새를 넘기면 물류에 심각한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톰 클로자 오일프라이스정보서비스의 에너지 분석 총괄은 항공기 연료도 문제라고 했다. 동부 해안 공항들의 연료 재고는 3~5일어치에 불과해 공항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교통부는 송유관 가동 중단에 따른 공급 차질을 대비하기 위해 휘발유 등 각종 유류를 육상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운송업 종사자들의 근무시간 규제를 일시적으로 푸는 등 자동차 운수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또 탱크로리 등을 통해 휘발유·디젤 등 유류를 송유관 대신 육로로 수송할 수 있게끔 지원한다. 긴급 조치 대상은 미 텍사스, 버지니아, 뉴욕, 펜실베니아, 메릴랜드 등 미 동부 및 동남부 18 개 주·지역이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9일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콜로니얼파이프라인 상황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주 및 지방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만도 장관은 "공급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송유관을) 가능한 빨리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격의 배후로는 '다크사이드'라는 해킹 범죄 집단이 거론된다. AP는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이같이 보도했다. 전날 사이버보안 회사 레코디드퓨처의 앨런 리스카 애널리스트도 블룸버그에 이번 공격이 다크사이드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크사이드는 대기업 등을 노린 해킹으로 돈을 뜯은 뒤 자선단체에 기부해 '해커계의 로빈후드'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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