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에 멈춰선 美 최대 송유관, "수요일 넘기면…"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권다희 기자 | 2021.05.10 18:32
사이버 공격에 따른 미국 최대 송유관의 가동 중단이 사흘째 이어졌다. 서비스 재개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해 미국 동부 전역에서 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미국 교통부는 영향을 받는 지역에 긴급 조치를 적용했다.

/사진=AFP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을 받은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업체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스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며 핵심 라인은 여전히 가동이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뚜렷한 가동 재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콜로니얼 측은 자사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며 이를 인지한 지난 7일 오후 이후 모든 송유관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는 사실을 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을 감염시킨 뒤 접근을 제한해 이 제한을 푸는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인 랜섬웨어 공격 때문으로 알려졌다.

콜로니얼의 송유관은 텍사스 뉴저지 등 동남부와 동부에서 약 5500마일(약 8800km)의 송유관을 운영한다. 매일 배럴당 250만 배럴의 유류를 미국 동부 지역으로 실어 나른다. 이 지역 연료 사용량의 약 45%에 달하는 규모인 만큼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여파가 상당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번 공격이 미국 에너지 업계가 경제 개방에 따른 수요 증가를 준비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짚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미국인들은 재택 근무를 차츰 끝내고 출퇴근을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후 첫 휴가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유류 가격이 당장 10일 중 2~3%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가동 중단히 장기화할 경우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전 세계적인 상품 가격 상승과 맞물려 인플레이션 공포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가동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면서 "이틀 정도는 평소와 다름 없겠지만 닷새를 넘기면 물류에 심각한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톰 클로자 오일프라이스정보서비스의 에너지 분석 총괄은 항공기 연료도 문제라고 했다. 동부 해안 공항들의 연료 재고는 3~5일어치에 불과해 공항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교통부는 송유관 가동 중단에 따른 공급 차질을 대비하기 위해 휘발유 등 각종 유류를 육상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운송업 종사자들의 근무시간 규제를 일시적으로 푸는 등 자동차 운수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또 탱크로리 등을 통해 휘발유·디젤 등 유류를 송유관 대신 육로로 수송할 수 있게끔 지원한다. 긴급 조치 대상은 미 텍사스, 버지니아, 뉴욕, 펜실베니아, 메릴랜드 등 미 동부 및 동남부 18 개 주·지역이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9일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콜로니얼파이프라인 상황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주 및 지방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만도 장관은 "공급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송유관을) 가능한 빨리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격의 배후로는 '다크사이드'라는 해킹 범죄 집단이 거론된다. AP는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이같이 보도했다. 전날 사이버보안 회사 레코디드퓨처의 앨런 리스카 애널리스트도 블룸버그에 이번 공격이 다크사이드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크사이드는 대기업 등을 노린 해킹으로 돈을 뜯은 뒤 자선단체에 기부해 '해커계의 로빈후드'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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