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SNL의 한 코너에서 자신을 '도지코인의 아버지'라 소개하며 도지코인이 "미례의 화폐", "세계를 장악할 금융수단"이라 했다. 이런 설명에도 진행자가 "그래서 사기(hustle) 아니냐"고 재차 묻자 머스크는 마지못해 대답한다는 표정으로 "맞다. 사기"라고 했다. '농담'으로 나온 발언이나 이 방송 전 73센트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도지코인 가격은 방송 후 47센트대까지 급락했다.
공교롭게도 이 방송 이튿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 달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한 기업은 이 프로젝트에서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할 거라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민간 달 탐사 업체 지오메트릭에너지는 내년 1분기 '도지-1 달 탐사'라는 프로젝트를 개시하는데, 이때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한다는 것.
이 프로젝트는 40㎏의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달로 보내는 것으로, 스페이스X와 머스크도 이 같은 구상을 확인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코인에 대한 의견이 일정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7일 그는 트위터에 "암호화폐는 유망하지만 조심해서 투자해야 한다"면서 돌연 '신중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트위터에 지난 2월 6일 촬영한 가십 방송 웹사이트 TMZ와의 인터뷰 영상을 함께 올렸는데, 이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도지코인이 당초에 장난으로 시작된 것인데 아이러니컬하다"며 "이제는 진짜 화폐가 됐다"고 했다. 또 그는 "도지코인이 암호화폐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암호화폐에 너무 많은 것을 걸지는 말라"고 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과 달리 공급에 제한이 없어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 암호화폐로 꼽힌다.
머스크의 오락가락한 발언은 도지코인에 국한된 게 아니다. 시가총액 최대 암호화폐 비트코인도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널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난 1월 말 머스크가 트위터 프로필을 비트코인 해시태그로 바꾼 사실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 2월 20일엔 머스크가 비트코인 비관론자이자 금(金) 투자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 캐피탈 CEO의 트윗에 답글을 남기다가 돌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높아 보인다"고 쓴 뒤 비트코인 급락세가 초래되기도 했다.
그의 발언(20일은 토요일)이 나온 다음 한 주간 비트코인 가격은 20% 급락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규제 시사와 함께 머스크의 이 발언이 비트코인 급락을 초래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머스크는 암호화폐 외에도 일부 주식 종목에 대한 투자를 부추기는 역할도 자처했다. 지난 1월 자신의 트위터에 레딧의 주식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를 링크로 걸어 "게임스통크(Gamestonk, stonk는 맹폭격)"라 써 게임스톱 랠리에 힘을 보탰다. 머스크는 공매도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등 공매도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당시 트윗도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를 한 게임스톱에 대한 '지원 사격'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게임스톱 주식이 급등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머스크처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공개적인 발언이 규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머스크는 트윗 때문에 주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지난 3월 한 미국 국적의 테슬라 투자자가 머스크의 트윗 때문에 투자 손실 위험에 처했다며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를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2018년 8월 '테슬라 상장 폐지' 트윗 소동을 벌여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월가가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연달아 내놓자, 머스크가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트윗에 쓴 뒤 이뤄진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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