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라마도 0%대! 지상파 추락은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1.05.10 11:12

'오! 주인님' '이미테이션' 0%대 기록!

'MBC 드라마 오! 주인님' 스틸. 사진제공=MBC

한때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다. 지상파 3사만 경쟁하고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이 50%를 넘나들던 시절, 정규 방송이 끝나고 애국가가 흐를 때면 시청률이 3% 안팎으로 급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20년 사이 방송가의 역학 관계는 완전히 변했다.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의 약진 속에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끝없이 추락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오명을 썼다. 지상파 드라마가 0%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지하 1층 아래 지하 2층이 있었던 셈이다.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5억 원 안팎으로 예능과 비교해 5∼10배 정도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처참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지상파 드라마, 왜 외면 받았나?

MBC ‘오! 주인님’은 최근 전국 시청률 0.9%를 경험했다. 한때 ‘드라마 명가’라 불렸으나 드라마 부문의 적자가 커 편성에서 아예 제외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방송된 수목미니시리즈라 더 뼈아프다. 종방을 앞두고 있지만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KBS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7일 첫 방송된 금요드라마 ‘이미테이션’이 전국 기준으로 1%(1부), 0.9%(2부)를 기록했다. 웹툰‘이미테이션’의 인기 속 드라마로 옮겨졌고, 아이돌이 되길 꿈꾸는 청춘남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god 데니안, 티아라 지연, SF9 출신 강찬희 등 실제 아이돌 출신 배우와 영화 ‘기생충’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지소 등이 참여했지만 반응은 미미하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축인 유명 작가, 감독, 배우들이 지상파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SBS ‘모범택시’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무조건 "지상파 드라마는 안 본다"는 논리는 아니다. 재미있으면 선택받고 높은 시청률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작가, 감독, 배우들이 지상파 작품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단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비가 타 채널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 이른바 ‘지상파 프리미엄’을 주장하는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은 과감한 베팅으로 유명 작가, 감독, 배우들을 쓸어 모았다. 좋은 기획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제작이 거듭될수록 적자폭이 심해지자 지상파는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을 넘어 아예 편성에서 배제해버렸다.

한 드라마 외주 제작사 대표는 "작가, 감독, 배우들이 편성 우선순위를 따질 때 지상파는 후순위가 되곤 한다. 이미 지상파 드라마가 갖던 메리트가 사려져 버린 데다가 성공 사례가 좀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외면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KBS2 금요드라마 '이미테이션', 사진제공=KBS2

#드라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 정규 편성 프로그램이 0%대 시청률을 기록하기 시작한 건 오래 전이다. 대표적으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5월 7∼9일 기준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의 전국 시청률은 각각 0.6%, 0.7%, 1.0%다. 처참한 수준이다.

유명 K-팝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TV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이돌 가수들의 놀이터인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주된 소비층은 10∼20대다. 하지만 이들은 TV를 통해 콘텐츠를 접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좋아하는 가수들의 하이라이트 영상만 찾아보거나, VOD(주문형 비디오)를 통해 챙겨본다. 시청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TV 리모콘 주도권은 이미 중장년층에게 넘어갔다. 그러니 아이돌 일색인 프로그램으로 좀처럼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TV조선 ‘미스터트롯’이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 등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린다는 것은 TV가 ‘올드 매체’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다.

#지상파 중간광고, 어떤 ‘나비 효과’ 가져올까?

지상파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TV를 기반으로 하되 뉴미디오 콘텐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상파 3사는 SK와 손잡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KBS 2TV에서 방송된 드라마 ‘좀비탐정’은 웨이브를 통해 선공개한 후 TV에 편성하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지상파는 오는 7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타 채널들의 약진 속에 광고 수익이 크게 줄어든 지상파는 오랜 숙원 사업인 중간광고가 도입돼 오는 7월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MBC ‘나 혼자 산다’의 경우 현재 통상 120초의 PCM(프리미엄 광고)이 편성되지만, 7월부터는 60초씩 3회의 중간광고가 총 180초 편성될 수 있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현재 평균 90초 편성되던 PCM을 최대 180초 분량 중간광고로 대체할 수 있다.

‘꼼수 광고’라 불렸던 PCM은 프로그램 종료 타이틀 및 등급 고지를 넣어야 하지만 중간광고는 곧바로 광고를 편성할 수 있어 광고주 입장에서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가 나와도 채널이 돌아갈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광고 시청에 대한 시청자들의 저항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 지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지상파 중간광고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이탈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에 대한 답도 콘텐츠에서 찾아야 한다. 지상파가 광고 시청까지 기꺼이 감수하며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지상파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인상이 강하다. 이런 인식을 되돌릴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며 "0% 시청률이라는 상징적 수치가 지상파의 위상을 더욱 흔드는 상황이 때문에 국면 전환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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