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젊고 화사해진 북한 어머니날 축하장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5.08 08:06

"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13편-축하장 도안

[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 (현)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어머니", "아버지".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뭉클한 어버이날이다. 연분홍색 꽃을 가슴에 달아드리면 환하게 웃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은 대한민국이나 북한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일 것이다.

북한의 어머니날은 11월 16일이다.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한 3월 8일 국제부녀절에 어머니날까지, 북측의 아버지들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어머니를 기억하는 날이 더 특별한 것은 북한 사회가 '어버이 수령 - 어머니 당 - 자녀 인민'이라는 특별한 사회주의 대가정의 국가 구조를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 사랑은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 북한 사회에서 체제 결속과 수령중심의 대가족으로 구성하는데 모성은 개인과 당, 국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어머니날의 축하장 디자인들은 창작 시기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선전화, 축하장, 우표 등 인쇄미술 속 삽화들은 등장인물의 배치, 의상, 등장 소품들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잘 묘사해주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제정한 어머니날을 위한 만수대창작사에서 디자인한 축하장(좌), 2013년 11월 어머니날 축하 선전화가 걸린 평양 시내 사진. 이 선전화에서는 2012년 만수대창작사 축하장에서 등장한 청년 군인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우). © 뉴스1

북한의 제1차 전국어머니대회는 1961년 11월 16일에 개최됐으며, 제2차와 제3차 대회는 김정일 집권 초기인 1998년 9월 28일과 노동당 창건 60주년인 2005년 11월 22일에 열렸다. 제4차 대회는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첫해인 2012년 11월 16일 평양에서 개최되어 제1차 대회 때의 김일성 연설문 '자녀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업무'의 교시를 역사적으로 답습하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2012-2013년 디자인된 당시 인쇄물 속 어머니들은 후세대 양육자, 노동자로서 사회주의 혁명일꾼으로 묘사되었다. 축하장의 북한 어머니들 모습은 어린 자녀들을 포옹하거나 특히 젊은 군인들에게 둘러싸이거나 축하받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었다. 어머니날 축하장에 어머니가 중심인물이 아니라 청년 군인들이 전면에 배치되어 흐릿하게 묘사된 배경은 당시 선군시대를 계승하는 '총대가정, 군가정'의 모성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해석하게 된다.

축하장, 선전화뿐만 아니라 2020년 어머니날 행사 사진을 보면 대부분 여성들은 분홍빛 꽃무늬의 조선옷(한복)을 입는다. 조선옷은 북한 여성들의 중요한 행사 예복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2012년 어머니날 기념우표에는 두건을 쓴 방직공, 볏짚을 든 농민, 책을 안고 있는 교육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북한 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공업과 농업 일꾼들의 모습은 북한의 정치선전화에도 자주 등장하며 사회주의 여성의 역할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발행된 북한의 어머니날 기념우표(좌), 2021년 어머니날 축하장(우).© 뉴스1

최근 북한의 출판미술과 상표를 만드는 상업미술 분야에서는 조선화법, 손으로 그린 회화적 수법보다는 컴퓨터 합성과 만화적 화법을 이용한 그래픽 양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북한의 축하장은 대중 인쇄미술로서 중앙급 최고 미술창작조직들이 도안을 담당한다. 2020년 어머니날 축하장은 만수대창작사와 중앙미술창작사, 평양미술대학, 문학예술출판사가 16종의 디자인을 만든 것으로 보도됐다.(노동신문, 2020. 11. 10) 북한 매체들은 이 축하장 도안에 대해 "지극한 사랑과 정으로 사회주의대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꽃피우며 아름다운 향기를 더해주는 우리 어머니들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주려는 온 나라의 축복이 어려있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11월 발행된 다양한 어머니날 축하장 도안들. 최근 북한 축하장 도안은 과거에 비해 색채, 서체, 이미지들이 더욱 장식적이고 화려해지고, 기술적 측면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다양한 효과들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디지털 세대의 젊은 도안가들이 본격적으로 북한의 대표 미술창작사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노동신문) © 뉴스1

한국에서 어버이의 날은 부모님 사랑에 감사하는 날이지만, 남북 이산가족들에게는 헤어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피눈물 흘리는 날이기도 하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부모님에게 편지, 엽서 한 장 보낼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비극적이다.

어버이날 동서독 통일 이후의 혼란 속에서 사회주의 체제 붕괴 변화에 대응하며 가족애, 특히 어머니에 대한 자식들의 사랑을 코믹하지만 날카롭게 담아낸 2003년 <굿바이 레닌(Good By, Lenin!)> 영화가 생각난다. 체제의 차이를 떠나 어머니와 가족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가 아닌가?

이산가족들이 그리운 남북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자유롭게 서신을 보내고 받아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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