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철판에 깔렸는데 119 대신 윗선 보고부터"…한 청년의 죽음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1.05.07 16:50

23세 이선호씨, 평택항서 작업 중 사망…사고조사·진상규명 안돼
유족들 “사고원인·책임자 처벌 있을 때까지 싸울 것”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 뉴스1
(평택=뉴스1) 이윤희 기자 = 지난 4월 경기 평택항에서 작업 중 발생한 고 이선호씨(23)에 대한 사망사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리한 작업지시' '안전관리 미흡' 등에 의한 사고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7일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무게 300kg에 달하는 FRC 날개에 깔려 숨졌다.

평택항 컨테이너 검역소 하청업체 알바생이던 이씨는 이날 오후 3시41분쯤 FRC 작업을 도와달라는 원청직원의 요청에 따라 FRC의 안전핀을 제거하고 나무 합판 조각 정리작업에 나섰다.

이 군은 그러나 작업시간 30분 뒤인 4시10분쯤 한 근로자가 지게차를 이용해 FRC 날개 접기를 시도하던 중 발생한 진동에 자신 앞쪽에 있던 FRC 날게가 주저 앉으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군이 사고를 당한 직후부터다. 이 군이 사고를 당한 직후 윗선 보고 후 119신고가 이뤄졌다는 게 대책위와 유가족 측의 주장이다. 조속한 응급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구조 요청이 늦어졌다는 것.

여기에 이 군이 작업할 시간 현장에 안전관리자나 신호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모 등 안전장비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고, 사전 안전교육도 없었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애시 당초 FRC 날개가 불량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FRC 날개의 무게는 300kg이며, 진동에 의해 넘어질 수 없다는 게 대책위의 지적이다.

고 이선호군이 사고당시 일했던 FRC 개방형 컨테이너 모습.(대책위 제공)© 뉴스1

이 처럼 이 군의 사망사고를 놓고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군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사고 조사나 진상규명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조속한 원인 규명과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유족들도 "아이가 무거운 철판에 깔려 숨이 끊겨 죽어가는 상황에서 현장에 있던 관리자들은 119구조 신고보다는 윗선에 보고하는 것을 우선시했다"면서 "사고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이 비열한 집단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300kg 컨테이너에 딸려 돌아가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이란 제목의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감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당연한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보고자 일하다가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취재하고 알리며, 우리는 산재에 대해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했다.

© 뉴스1

정치권도 이 군의 죽음을 한목소리로 애도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고인의 소식을 전하며 "얼마 전 전태일 열사 흉상 앞에서 약속했던 다짐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실천하겠다. '더디지만 그래도 나아가겠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행동하겠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지 않을 권리를 외치며 절규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기업과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현장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생명은 보호하지 못하고 처벌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학교 3학년생인 이 군이 2019년 군에서 제대한 뒤 생활비와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