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칩 공급 부족에 대비해 다양한 고육지책에 나섰다. 반도체 부족 위기가 5개월째에 접어든 현재 이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되면서다.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 말 칩 부족 사태가 닥치기 시작하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장의 가동을 잠시 멈추는 방법을 택했지만, 최소한의 생산 규모 유지를 위해 계속 손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닛산은 생산 중인 차량 수천 대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제외시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시스템 장착 차량을 3분의 1 정도 줄이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닛산은 각 지역별 시장 판매 상위 2개 모델에 칩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 더 잘 팔리는 차에 칩을 할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르노 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르카나의 핸들 뒤에 있던 대형 디지털 스크린 부착을 중단했다. 물론 칩 절약이 목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일부 모델에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데 쓰이는 엔진 출력 조절장치를 빼기로 했다. 이 장치에도 칩이 들어간다.
스텔란티스는 자사 램 1500픽업 트럭의 기본 사양에 포함했던 '디지털 백미러'를 업그레이드 옵션으로 조정했다. 칩을 아끼기 위해 기술력이 더 낮은 장치를 다는 경우까지 생겼다. 스텔란티스 산하 푸조는 소형차 308에 디지털 버전이 아닌 예전의 아날로그 계기판을 달기로 했다. 조디 틴슨 스텔란티스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복합적 문제인 이 유동적 상황에서 전사적으로 차량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창의적인 해법들을 찾고 있다"며 "가능한 한 가장 수요가 많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올해 차량 판매를 수백만대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이후엔 공급이 회복될 걸로 보이나 단기적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은 최근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6월까지는 고객사의 최소 필요량을 맞출 수 있겠지만 2022년 초까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BMW, 혼다, 포드 자동차 등도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칩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샌포드C번스타인에서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스테이시 레이건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이(칩 부족)는 좀 더 악화할 것"이라며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했다. 피치 솔루션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안나-마리 베이스든은 "이 문제가 장기적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가 기술적으로 더 고도화되고 더 많은 칩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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