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니면 촛불집회 與 향했을 것"…20대 분노는 어디로 가야하나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21.05.06 16:54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5.6/뉴스1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20대의 쓴소리가 매섭다.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20대들은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개혁의 주체일 수 있지만 개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 추진하는 개혁이 '진짜 개혁'이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정부의 불공정에 분노했던 한 20대 남성은 '조국 사태' 등으로 돌아섰다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촛불집회 대상이 민주당이 됐을 것"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가 6일 주최한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는 20대 청년 8명이 참석해 민주당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사회를 맡은 홍정민 의원은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모두 제외하고 모셨다"고 이들을 소개했다.



"'조국사태 사과했나? 김어준이 성역인가?"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재인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20대 남성 박인규씨는 민심이 민주당에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조국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나, 안했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초선 5명은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했는데 엎드려 절받듯 받는게 사과인가"라며 "더민초는 '조국사태'는 논의하지도 않는다. 짧은 사과도 어려운가"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방송인 김어준씨의 TBS 불공정 방송과 출연료 논란을 지적하며 민주당의 '김어준 감싸기'를 직격했다. 그는 "김어준은 성역인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말할 것도 없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 2차 가해, 이용순 할머니 배후주장 제기 등의 문제가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계속하는 건 징계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공정방송 실현법을 정권 잡으니까 줄곧 미루다가 이제와서 어떤 언론개혁 하겠다는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야당이 돼도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이라야 진짜 개혁"이라고 꼬집었다.

20대들이 직면한 고용문제는 외면한 채 국민의힘을 찍는 20대를 비판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위선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씨는 "임기 초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대통령은 어디갔느냐? 일자리 상황판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나는 정규직 채용도 아니고 8주 인턴 임원 면접을 봐야한다. 이력에도 도움안되는데 이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주52시간이 되면 일자리 많아지고 월급이 오를 줄 알았는데 아니다"며 "어떻게 니들이 국민의힘을 찍느냐는 오만한 반응에 20대는 보란듯이 반대로 가고 배 옮겨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못해서 안찍었다"



이날 확인된 민주당에 대한 20대들의 감정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민주당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20대 남성인 이기웅씨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유라 특혜 등에 분노해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석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윤미향, 조국 사태 등으로 20대들은 민주당에 엄청나게 실망했다"며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촛불집회 대상이 민주당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끌해서 비트코인과 주식을 하고 열심히 해도 잘 못살고, 투기해서 망하면 망하겠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화활동가인 20대 남성 신민준씨는 "주변에 간담회에 가게 됐는데 어떤 얘기할 지 물어봤더니 다들 하고 싶은 얘기가 없고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얼마전까지 촛불운동 같이했던 친구들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연설에 감동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람들인데 이 기대가 어디갔는 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신씨는 "내로남불과 진영 논리에 빛이 바랬다"며 "양당제 체제 속에서 딱히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지, 민주당 못해서 안찍었다는 게 60%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예술가로서 예술인 복지 지원 사원 확대를 부탁한 그는 "간담회 이후에 피드백이 있길 바란다"면서 "문자폭탄 신경쓰지 말고 일하란 말도 있다"고 뼈있는 말도 남겼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의 간사 고영인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20대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5.6/뉴스1


"군가산점제가 왜 젠더문제냐"


민주당에 돌아선 20대 남성들의 원인이 이른바 '반페미', 즉 남성 대 여성과의 갈등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정치권이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군가산점제를 무분별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이대남'도 있었다.

20대 남성인 최수영씨는 "군 가산점 담론은 젠더 갈등과 무관하다"며 "남성 대 여성으로 갈등이 퍼지는 게 아니라 국가, 정치, 정치인, 정당을 상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정작 국가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문재인정부 들어 군인 월급도 많이 오르고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성이 인정되는 병영생활을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20대 남성들이 1년 6개월 간 군대에서 근무하면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한 분노를 다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젠더갈등으로 갔다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이 재보선 참패 이후 20대 남성이 돌아선 것 때문에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 중 이름만 다른 군가산점제를 내놓은 것을 보고 어리석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간 군가산점제를 부정하고 있었음에도 이런 것을 내놨다는 것은 사람들을 표로만 봤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특혜가 아니라 공정을 원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가야할 길이 멀구나 생각했다"고 충고했다.

최씨는 "군가산점으로 자기 이름을 알리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정치적 피로감과 불신만 쌓이게 하는 것"이라며 "군가산점이 왜 이슈가됐는지 본질을 살펴보고 본질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문제가 '남성' 청년 문제로만 다뤄지고 여성 청년의 문제는 여성 문제로 분리되면서 20대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20대 여성인 최진실씨는 "새로운 남성상과 여성상 문제에 대해 20대 청년들이 점점 더 공감하는 추세라고 생각한다"며 "기성정치가 청년을 남성으로 상정하는 것과 합쳐지면서, 20대여성들에게 더 폭력적 효과 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대 남성 표에 집중하면서 페미니즘 문제들이 여성뿐아니라 남성까지 제기하는 청년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청년 목소리가 다시 묻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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